그림그리기 6일차-연필로 명상하기

블라인드 컨투어 드로잉

by 바람코치 신은희

2021. 1. 11..오늘 주제는 Monochrome section-블라인드 컨투어 드로잉Blind contour Drawing 이다.

컨투어contour 는 불어에서 온 단어로 프랑스어로 등고선,윤곽선outline 이라는 뜻이다. 전체적으로 큰 선 덩어리만 따오는 그림으로 계속 연습하다보면 집중력이 길러지고 크로키화 같이 빨리 스케치하는 그림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

나의 첫 컨투어 드로잉

메이크업 상의 컨투어라는 용어는 윤곽을 드러내는 화장법, 즉 윤곽을 따라 명암(쉐도잉)을 많이 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화장을 얼굴에 그리는 그림이라고 하는가보다.


다시 돌아와서, 컨투어 드로잉을 말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화가가 에곤 쉴레이다. 비록 스페인 독감으로 28세라는 이른 나이에 요절했지만 그의 격정적인 선 드로잉 기법은 클림트도 빠져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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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D로도 불리는 블라인드 컨투어 드로잉은 선을 종이에서 떼지 않고 하나의 선으로 보이는 대상을 끝까지 그리는 방식이다. 단, 종이를 보며 진행상황을 확인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블라인드'다. 오롯이 그리는 대상만을 바라봐야 한다.


처음엔 주변에 보이는 사물들로 그려봤다.

내가 샘플로 본 그림들은 하나같이 멋졌는데... 내 블라인드 컨투어 드로잉은 "......." 뭐랄까...할말을 잃게 했다. 이 와중에 드로잉 클래스 카톡방에 올려주신 샘의 코멘트 "망쳐봐야 늘죠. 망쳐보지 않으면 잘 그릴 수 없어요." 에 다시 힘을 얻고 이번엔 남편을 모델로 그에게서 눈을 떼지않고 그려봤다.


좌측은 블라인드 컨투어 드로잉 기법으로 그려봤다. 서로 이렇게 오래 얼굴을 쳐다본지가 얼마나 오랜만인지. 남편은 연애할 때도 내 얼굴을 잘 안 바라봤다. 결혼 후에도 얼굴보고 대화하는 것보단 나란히 앉아 TV를 보며 대화하거나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며 대화하는 식이었다.


그림을 그리니 비로소 남편 얼굴이 보였다. 처음엔 남편이 쑥쓰러워서 킥킥 웃어대는 통에 라인을 그리기 어려웠다. 그러다 이내 눈빛이 부드러워졌고 나도 그런 그를 한참 봤다. '이 사람 나이가 들었네. 주름도 패였고, 턱살은 늘었네.' 참 뭔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올라왔다.


선을 떼고 완성된 그림을 보고선 내가 먼저 깜놀. '이게 뭐람' 내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자 남편은 AC하며 일어섰다. 황급히 그를 달래며 이번엔 컨투어 드로잉 기법으로 그릴테니 한번만 더 모델이 되어달라 했다. 더 심혈을 기울여 오래 그렸지만 남편은 그림 속 자신의 얼굴을 마뜩찮아 했다.


분명 단톡방에선 '컨투어 인물 그리기의 장점은 안 닮아도 되는것' 이라 했는데, 모델의 현실 반응을 보니 주눅이 든다. 그래도 난 아직 '그린이' 니까 계속 연습하다보면 나아지겠지.


내가 감명깊게 본 책 「연필명상」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보는 눈은 보는 대상에서 진짜 나를 경험한다. 진짜 나는 존재하는 모든 것이 위대한 연속체의 필수적인 일부임을 깨닫는다.
...(중략)...그린다는 것은 대상의 존재와 나의 존재를 '수긍'하는 것이다.


우리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TV화면, 카메라 렌즈, PC모니터 등에서 눈을 떼고 대상을 있는 그대로 그리면 그 관찰하는 시간이 곧 명상이고 '참 나' 를 발견하는 순간들의 연속선이 될 것이라 믿는다.


조금만 날이 풀리면 내가 매일 아침 산책하는 길가에 앉아서 주변에 펼쳐진 자연을 오롯이 그려보고 싶다. 얼마나 황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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