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이 편찮으시다. 사실 편치 않으신 세월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어머님의 인내심의 끝판왕이셔서 심지어 본인 손이 방앗간 기계에 휘말려 들어가 으스러졌을 때도 "나는 괜찮다" 고 하셨던 분이다.
최근 소식통(=아주버님)에 따르면 어머님이 몸무게가 5키로나 빠지고, 식사도 잘 못하시고 혈뇨도 섞여 나온다고 했다. 나랑 통화할 때는 맨날 무슨 대본 읽듯 "암씨롱 안혀~" 만 되뇌이시는 어머님...
답답함이 울컥 올라온 나는 남편에게 긴급제안을 했다. 어머님 건강검진 제대로 받게 해드려야겠다고. 이런 일을 할때는 또 추진력이 솟아오르는 나는 그날로 검진 병원과 비용들을 알아봤다.
시댁이 있는 전북에도 큰 병원들이 있지만 거기서 진찰 받고선 그날 수면마취도 안풀린 상태로 바로 다시 일하실 분이라 부득불 일산으로 모시고 왔다.2박 3일 우리집에서 머무시게 해드릴라고 2년간 방치해뒀던 집 대청소도 거나하게 했다.
어머님을 모시고 온 날 저녁, 나는 애들 챙기느라 여념이 없던 와중에 두런두런 대화하던 모자를 봤다.
"엄마, 요즘 우울한 적 있어요?"
"아니~ 내가 우울한 게 있간듸~"
"그럼 죽고 싶거나 죽을만큼 힘들었던 적은?"
...
대화가 워째 이런가 싶어 다시 쳐다보니 건강검진 사전설문지를 작성하던 중이었다.
위 질문에 잠시 망설이던 어머님은...
힘들었던 적이 왜 없겠어~ 매일 힘들었지. 한 고비 넘기믄 또 고생이 닥쳐오고, 그란디 삼형제 두고 어떻게 떠나겠어? 죽지 말고 살아야지...내가 살아야 너네들이랑 아부지를 건사하지...
느릿느릿 조용한 말투로 아들의 물음에 답하시는 어머님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아서 얼른 고개를 돌렸다. '거봐~ 힘들면서 왜 맨날 속으로만 삭이셔~' 라고 따져묻고도 싶었다.
요샌 그래도 결혼11년차 짬밥이라고 매번 통화 때마다 어머님을 혼내기도?했었다.
"어머님, 어디 아픈덴 없어요?"
"아녀 괜찮어~ 암씨롱 안혀~"
"어허이~ 어머님 거짓말 하면 혼나요? 어머님 아프면 나도 아플거야!"
이러면 사람좋은 너털웃음 짓는 우리 어머님...
오늘 건강검진을 마치고, 비틀비틀 힘없는 모습으로 걸어오시는 어머님을 껴안아 드리는데 갈비뼈가 만져졌다. '왜 이렇게 마르셨누...' 체중을 재보니 예전보다 10키로는 빠지셨댄다. 떨리는 마음으로 상담창구에 앉았는데 간호사 말이 위와 대장에서 하나씩 엄청 큰 용종을 떼냈다고 한다. 아직 조직검사 결과는 안 나와서 안심하긴 이르지만 그래도 그런 큰 덩어리를 발견하고 떼낸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늘 아픈것도 참고 아무말 없이 남만 챙겨왔던 어머님. 괜찮다고 하는 말 이면엔 사실 괜찮지 않은 진실이 숨겨져있다. 우리 친정엄마도 그렇고, 엄마들은 왜 다 참으려고만 할까. 이렇게 쓰는 나도 그런 엄마를 보고 자라서 역시나 참을성 하면 둘째가라면 서럽다 서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