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십일아 Aug 14. 2024

미소의 이야기 (12)

‘안녕!’ 하며 인사를 건네야지. 내일도 똑같이.


난 고백을 하지 않았다. 짝사랑에 익숙해졌다. (음.. 확신은 없다.) 상일이와 얘기한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고백을 해도 후회할 것 같다.

도현이의 긴 이야기를 들으며 많이 공감이 되었지만 알 수 없는 위축감도 들었다. ‘추억’ 때문이었을까, '시간' 때문이었을까. 물론 마음의 깊이가 시간이 길다고 해서 더 깊거나, 시간이 짧다고 해서 얕거나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짝사랑한 시간보다 도현이가 짝사랑한 시간이 더 오래되었다고 해서 좋아하는 마음마저 차이가 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도 누구보다 진심으로, 벅차게 도현이를 좋아했으니까.


그러나 소중한 것들이 너무 많이 생겨버렸다. 이미 너무 많이 생겨버려서 그것들을 모른 척할 순 없을 것 같다. 도현이가 오유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도 도현이의 옆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있을지도 모른다. 좋아하지 않는 척, 절대 그럴 일은 없는 척, 우린 너무나도 편하고 친한 친구 사이인 척하면서 점점 커지는 마음에 힘겨워 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렇게 서서히 내 마음을 정리하거나, 내 상황을 받아들이려 할지도.


고백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일과 고백한 것을 후회하는 일은 아주 큰 차이일 것이다. 사이가 예전과 같을 순 없더라도 솔직하게 내 마음을 표현이라도 해볼걸.. 하는, 아 그냥 가만히 있을걸.. 친구사이로라도 남을걸.. 하는. 도현이는 후자를 겪었지만 난 전자를 겪을 것 같다.

불쑥 튀어나오는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서 숨기면 그래도 옆에서 같이 웃을 수 있으니까. 여전히 나를 좋은 친구로 생각해 줄 테니까.. 하면서 달랬다. 그러나 알고 있다. 멀어지는 것이 두려워서 혹시라도 나를 피할까 봐 무서워서,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 하는 것이란걸.. 난 겁쟁이가 맞다.


난 평생 도현이를 잊지 못할 것이다. 순수하고 강렬하게 누군가를 처음 좋아했던 마음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사라지지 않길 바란다.

이전 11화 미소의 이야기 (1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