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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Sep 10. 2018

'조혼'이 여자에게 손해일까?


얼마 전 지인과 대화를 하다 “어린 나이에 한 결혼이 어떻게 여자에게 손해인지”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 글을 써야 한다는 자체가 무척 실망스럽지만 여러 의견을 듣고 싶다는 지인의 말에 따라 100% 주관적인 내 생각을 조금 써보려 한다.


* 글을 쓰기에 앞서 저는 이 글을 통해서 어린 나이에 결혼한 여성들을 폄하하거나 재단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intro

결혼이라는 제도가 얼마나 구시대적이고 불평등한지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므로 건너뛰도록 하자. 여자가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되는 이유는 그다지 많지 않다. 남자친구를 너무 사랑하고 지금의 가족을 떠나 나만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서가 그 첫 번째다. 두 번째는 혼전임신인데, 전자보다는 후자의 경우가 월등히 높다. 미국은 조혼이 생각보다 흔해서 (특히 남부 시골은 더더욱) 전자도 많이 보이지만 한국은 조금 다르다.


2014년 논란이 일었던 보건복지부의 피임 캠페인 포스터

01. 피임

우선 임신을 하게 됐다면 그 이유는 a. 피임의 부재 혹은 b. 피임을 했음에도 임신이 됐다는 건데. 확률적으로 피임을 하고도 임신이 된 경우보단 (이 케이스도 종종 있다. 이중 피임이 중요한 이유) 피임을 하지 않아서가 월등히 높다. 피임에 있어서도 여성의 위치는 을일 수밖에 없다. 남자친구가 콘돔 끼는 걸 싫어해서, 매번 남자친구가 피임용품에 돈을 쓰는 게 미안해서, 등등의 이유로 결국 노 콘돔으로 관계를 하거나 경구피임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피임약을 복용한다 하더라도 제 몸에 잘 받지 않으면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감정 기복이 심해지거나 입맛에 변화를 겪는 등 부작용을 겪는 사례가 많다. 사후 피임약이라는 방법도 있지만 몸에 좋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복용할 수 없기에 응급 상황이 아니라면 꾸준한 피임의 도구로 사용할 수 없다. 여기에 피임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며 온갖 감언이설로 여자친구를 꿰어내며 혹시나 임신하게 되면 본인이 책임지겠다는 남자친구/파트너도 혼전임신율의 증가에 한몫을 더한다.
(잠깐 여기서, 나는 혼전임신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 이 글은 '어린 나이'에 혼전임신으로 인해 하지 않았어도 될 결혼을 계획에도 없이 하게 되는 사회적/문화적 배경에 대해 말하고 있다.

02. 낙태/임신중절

피임에 실패했다면 임신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더욱이나 그 나이가 20대 초중반이라면 더욱 높은 확률로 말이다. 여기까지 왔다면 여자에게 선택지는 더욱더 줄어든다. 아이의 아빠와 결혼을 하거나, 남자친구가 원하지 않는다면 혼자 낳아 미혼모가 되거나, 낙태를 하거나, 입양을 보내는 것이다. (영아 유기 케이스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수치가 높지 않기에 여기선 제외한다) 신학용 국회의원이 발표한 국가 청소년 의원회 국정 감사 자료에 따르면 연령 별 낙태 건수는 20-24세가 23.9%로 가장 높고 그중에서 미혼 여성의 낙태 건수는 50.7%로 절반을 차지한다. 임신중절이 불법인 한국에서는 다음과 같은 경우가 아닌 이상 낙태는 '불법'임으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임신부 외에 낙태 행위를 한 사람 또한 처벌한다.

1.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이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 질환이 있는 경우
2.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이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3.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4.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5. 임신의 지속이 보건 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여성의 기본 권리여야 할 임신중절이 불법인 한국에서는 수술을 해주는 병원을 수소문해서 찾아가 비싼 비용으로 수술을 받고 그 사실을 평생 꼭꼭 감춰야만 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낙태를 죄악시하거나 낙태한 여성을 문란하게 보고 폄하하곤 한다. 그럼 남자는? 남자는 경험이 많으면 그게 권력이 되지만 여자는 걸레가 된다.
때문에 남자 나이가 아주 어린 게 아니라면 임신을 미끼로 결혼을 부추기는 경우 또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왜일까, 결혼은 남자에게 권력이기 때문이다.
결혼을 함으로써 노총각이 아닌 '정상인' 범주에 들 수 있고, (전 글의 '혼자 혐오' 참조) 삼시 세끼 밥도 차려주고 내 핏줄도 키워주며 평생 무료로 나와 섹스를 해줄 아내도 생기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내가 한국 남자라도 당연히 결혼에 목매겠다. 아, 거기에 아내는 내 부모님과 가족의 각종 경조사도 챙겨준다. +@ (남자에게 있어 결혼의 장점을 나열하자면 오늘 밤을 새워도 모자라다.)
결혼의 불평등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언급하지 않기로 했는데 어쩌다 보니 쓰게 됐다. 이건 다음에 다시 되짚기로 하자.



피임과 낙태가 확산되기 전에는 임신을 피하기 힘들었던 탓에 당시 미혼 여성들은 임신을 하더라도 자신과 결혼하겠다는 의사를 비추는 남성과만 성관계를 가졌다. ...'사생아' 출산에 따라붙던 낙인 탓에 1950년대 혼전 성관계가 증가하자 결혼 연령이 낮아졌으며 (임신으로 인한 결혼인 경우가 많았다)... 결혼 연령이 낮아지면서 여성의 교육 수준 또한 남성보다 낮아졌다.

<결혼시장: 계급, 젠더, 불평등 그리고 결혼의 사회학>
- 나오미 칸 & 준 카르본



교육뿐만 아니라 사회 진출에 대한 제약 혹은 경력 단절, 툭하면 붙는 맘충이라는 딱지, 아이를 키우기 열약한 사회적 제도는 일일이 나열할 필요도 없이 우리 사회에 흔하고 그래서 더욱 여성을 힘들게 한다.

outro.

이렇게 어린 여성이 피임과 임신을 거쳐 결혼에 이르기까지는 무수히 많은 사회적 불평등과 파트너의 가스 라이팅이 필수 불가결이다. 낙태와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꼬리표와 눈총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 제도와 사회적 낙인이 아직도 팽배하다.
아직도 구시대의 유교 문화 잔재가 사회 관습 곳곳에 만연하고, 가부장 제도가 세대를 거쳐 꾸준히 내려온 한국에서는 어린 나이에 임신을 이유로 결혼한다는 게 불평등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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