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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준 Jan 21. 2020

전월세 임대료 동결 루머와 독일의 임대제도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어제인가 그저께 법무부에서 독일의 임대제도 시스템을 모방해 임대계약기간을 무기한으로 정하고 임대료를 5년간 동결시키며 집주인이 세입자를 바꿀 권리를 박탈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돈 적이 있다. 조선일보에서 내보낸 단독이다.



당연히 이런 뉴스는 파장이 매우 크다. 계약기간을 무기한으로 바꾸고 임대료를 5년간 동결시키며 사실상 임대인의 권리를 박탈한다는건 주택 임대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큰 정책 변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선일보의 해당기사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법무부에서 반박기사가 나왔다. 



법무부가 반박한 내용의 요지는 예전부터 선진국에 해당국가의 임대제도 조사를 위한 출장이 늘상 있어왔고 이번에도 그러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출장이며 조사란 얘기다. 한마디로 이 논란은 해프닝에 불과하다. 물론 이 주제로 들뜨셨거나 분노한 사람들은 무척이나 많았겠지만 말이다. 원래 루머란게 그렇잖나.


하지만 말 나온 김에 독일의 임대제도에 대해서 다시금 언급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독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민간 중심의 임대시장으로 공공임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 당시 5%에 불과했다. 그리고 민간임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당시 52%였는데 지금은 이보다 줄어들어 다시 40% 후반대를 유지중이다. 그리고 민간에서도 기업형 임대가 중심이 된다는게 독일의 주택임대시장의 특징 중 하나.


독일 주택임대시장은 우리의 생각과 달리 강력한 임대료 상승 규제가 걸려 있지 않다. 민간의 경우에는 자율조정으로 두는 편이다. 최초 임대료의 경우 지방정부에서 비슷한 주택의 평균을 적용하여 산정하는 비교임대료를 기준으로 정하는데 이후 임대료 상승은 3년 내 20%로 제한되어 있다. 그리고 이와는 별도로 주택의 운영비용과 유지수선비도 상승에 포함을 시킨다. 여기에 독일의 매우 낮은 인플레이션율까지 생각하면 결코 우리의 생각보다 낮은 상승률은 아닌 셈이다. 이에 관해서는 과거에 글을 써둔 적이 있다.



그래서 따지고 보면 독일의 임대제도가 매우 이상적인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우리의 생각과는 거리가 있다. 원래 잘 모를수록 어떤 것에 대해 이상적으로 보이는 법 아니겠나.


그리고 독일은 독일만의 역사적 배경과 환경적 차이가 있다. 최다 인구의 도시가 고작 해봤자 400만인 독일과 서울에만 약 1천만, 수도권까지 포함하면 약 2500만명이 밀집해있는 한국을 동일하게 놓고 비교하긴 어렵다. 국가간 비교는 그래서 그러한 배경적 맥락들까지 다 고려해야 한다. 보통 이런 맥락 고려 없이 비교를 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아마도 법무부의 저 독일식 강력 임대제도 규제를 도입한단 루머기사를 보고 매우 좋아하셨을 분들도 있겠지만 강력한 임대 규제 또한 마냥 좋아할 것은 아니다. 내가 늘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세상은 우리의 생각보다 그리 단순하지 않다. 어떠한 제도로 강력하게 규제할수록 반대급부가 생기기 마련이다.


임대 제도에서 강력한 규제를 건 국가나 도시의 경우는 여지 없이 임대인들이 매우 깐깐하게 임차인을 받는다. 왜 하다못해 미국 드라마 같은 것만 보더라도 임차인이 임대인과 면접을 보고 재직증명서와 소득증빙 서류를 제출하고 자신의 레퍼런스를 증빙할 수 있는 것들을 제출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게 뭔 말이냐면 임대 제도에 강력한 규제가 걸리면 그만큼 임차인들이 집을 구하기도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임차인의 천국 같은건 없다.

그리고 그러한 규제를 걸어도 임대료는 오른다. 독일인들도 인간이고 인간은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들이다. 실제로 2015년에 독일의 주요 지방정부에서 월세제동책을 발표했는데 규제의 의도와 내용은 훌륭했지만 현실에서는 부작용으로 임대료가 오히려 더 상승해버렸다. 의도가 훌륭하다고 해서 결과가 훌륭한 법은 아니다.


그리고 남의 나라의 아름다워보이는 임대제도 또한 자세히 살펴보면 그리 아름답지 않다.

예를 들어 지금 우리 딴에는 전세 또한 많이 오르고 문제가 많은 제도 중 하나다. 하지만 저런 국가에서 높은 월세를 내는 사람들 눈에는 한국의 전세제도처럼 아름다운 제도가 또 없어 보일 것이다. 심지어는 국가가 대출까지 보증해주는 제도인데 말이다.


뭐든 다 일장 일단이 있다.

무언가가 이상적으로 보인다면 조금 더 자세히 들여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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