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가 좋다!) 자본주의 한가운데에서 비우기
우리는 우리 주변 사회가 말하는 것에 대해 얼마나 저항할 수 있을까? Matt D'Avella 감독의 2015년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 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자본주의 체제의 정점에서 사회가 지속적으로 선전하고 설득하는 물질소비의 삶에 거스르는 다른 목소리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를 둘러 싼 세계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더 많은 것 혹은 더 큰 것을 가져야 행복한 것이라 말하는 세계에 대해 '잠깐'이라고 손을 내밀며 일시정지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우리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정할 수 있게 될 지도 모른다.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소비충동이나 소비중독 증상을 한번 쯤 겪어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현대 사회는 수많은 물건을 팔려고 투쟁하고 있다. 더이상 같은 국가나 종족이 아니어도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하는 세계인들에게 소비는 이미 공유할 수 있는 핵심 개념이다. 따라서 다큐에서 '아메리칸 드림'과 결부하여 해석해내는 맥시멀리즘은 전혀 이채롭거나 외국의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구매 즉시 처분해버려야 할 쓰레기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구매의 유혹에 빠지는 우리는 소비 중독에 빠져있는 듯 하다. 이는 정지하지 않았을 때 구조를 강화시키는 요인이 되는 자기모순을 가지고 있다. 체제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겠으나, 다큐의 미니멀리스트들은 한결같이 소비하는 삶이 광고가 말하는 것처럼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그러기는 커녕 자기가 가치롭다고 생각하는 삶과 더 멀어지게 하는 덫이 된다고 토로한다.
여러 종류의 책이 빽빽하게 꽂혀있는 주위의 책장이나 점점 더 늘어나는 옷장과 신발장, 그리고 이곳 저곳을 여행하며 사들인 조그마한 기념물들의 흔적 속에서 내가 최근에 읽고, 입으며, 신고, 기억하는 부분이 미니멀리스트가 소유하고 있는 몇 가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더우기 우리가 끊임없이 창조하는 소비의 세계가 사실은 우리가 서있는 터전인 지구의 생명과 직결하고 있다는 사실과 조우하며 개인의 결단이 개인의 삶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깨닫게 된다.
우리는 얼마나 스스로의 삶을 살고 있는가? <미니멀리즘: 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선적으로 자본주의 세계가 강조하는 소유와 소비에 대해서, 그리고 또 다른 차원으로 주변 사회가 설득하는 삶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하도록 요청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우리에게 소비를 외치는 광고에도 반응하지만, 체제의 문제를 읽고 스스로 용기를 내어 다른 삶을 추구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도 응답할 수 있는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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