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이기-
당신을 마주한 나는 하나의 작은 애벌레.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 인,
아는 모든 것이 명확하고 정의로운 세상,
그곳이 나의 세상이었다.
당신은 그러한 내 세상을
아주 섬세하고 과감하게 무너뜨렸다.
너무 섬세해서 달콤하고,
너무 과감해서 고통스러웠다.
나를 둘러싼 전부가
비늘 벗겨지듯 하나하나 흩어져갔지.
익숙하지 않은 변화가 가져온
고통, 분노, 거부, 후회의 반복
너무도 아픈 날에는
당신과 잡고 있는 모든 것을 놓아버릴까
생각도 했어.
그러나 검은 시간은 지나고
눈앞이 새로이 밝아올 때
나는 깨달았지
나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빛깔들과
향기들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당신이라는 자극은 결국 나에게
새로운 지구를 선물해주었다.
이전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어.
내 사명은 이제 날아오르는 것이다.
나는 이제 지난한 우화(羽化)를 마치고
당신과 함께
새로운 세상으로 비상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