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들어와요, 다 환영해

세상에서 제일 너그러운 계란말이

by 담화

그냥 의례적인 안녕하세요, 인사 뒤에 가끔 이런 말을 덧붙일 때가 있어. 식사는 하셨어요? 혹은 안녕히 가세요(계세요)의 구두점 뒤에 오늘 점심(저녁) 식사 맛있게 하시고요. 참 별 거 아닌 인사인데 그 한마디를 끼워 넣음으로 인해 형식적인 인사말이 굉장히 정감 있어질 때가 종종 있지.


오늘은 밥 잘 먹었니, Sunnie, Jinnie & June.


제일 첫 글을 계란볶음밥으로 시작했기에 다른 계란 요리 이야기는 하안참 있다가 해야지, 싶었는데 아뿔싸 지난번에 김치찌개 이야길 쓰면서 계란말이 얘기를 살짝 언급해 버렸기에, 고민을 제법 했지. 어쩔까. 할까 말까. 그러다 결국은 뭐, 한국인의 밥상 대표 식재료 하면 두콩달(두부 콩나물 달걀)인데, 조금 자주 나온들 뭐 어떤가로 귀결.


엄마의 장기가 몇 개 있긴 한데 그중에서도 자랑스럽게 내보이는 것 중 하나가 계란말이가 아닐까 싶어. 일단 굳이 네모 반듯한 팬이 아니어도 직사각형으로 예쁘게 부쳐낸 모양 덕분일 것 같고, 다른 하나는 다양한 베리에이션 덕분이 아닐까. 계란말이만큼 요롷게 조롷게 장난(?)을 쳐도, 평균 이상의 맛을 보장하는 음식도 잘 없기도 하고. 그건 아마도 계란이 대단히 포용력이 큰 너그러운 식재료이기 때문일 거야.


일단 4-5인 기준(엄마의 밥상 기준은 항상 이렇지, 당연하게도)으로 계란은 다섯 개에서 여섯 개 정도가 딱 적당한 것 같아. 맛술처럼 약간의 단맛을 가미하는 재료를 첨가하는 경우도 종종 있긴 하지만, 익히 알고 있듯 엄마는 단맛이 나야 하는 음식 외의 것에서 설탕 맛이 나는 걸 매우 꺼려하기 때문에 단맛 재료는 빼도록 할게.


채소는 정말이지 온갖 걸 다 넣어도 돼. 흔히 넣는 것으로는 대파와 당근, 파프리카가 대표적이랄까. 여기에 곁들이 재료로 햄을 다져 넣어도 맛있고, 참치를 넣어도 괜찮지. 익힌 당면 소량을 넣어서 부쳐도 맛있어. 물론 이땐 당면에 약간의 밑간을 해주긴 해야 하지만. 아니면 김이나 치즈를 넣으면 또 어떻고. 아까도 강조했지만 계란은 너그럽기 때문에 웬만큼 유별난 애가 아니면 다 받아줘. 포근포근하니 성격이 아주 좋아서.


간을 할 때는 소금이 제일 좋지. 쯔유를 조금 섞어 넣는 경우도 있는데 기본적으로 소금으로 맞추는 게 좋아. 아니면 아주 약하게만 간을 하고 케첩을 찍어 먹는 걸 선호하는 경우도 있긴 한데 일단 엄마의 원픽은 소금과 후추. 간장은 가급적 피하도록 해. 계란과 간장의 (맛 측면에서) 합이 나빠서라기보다는, 선명하게 예쁜 노란색이 거무죽죽하게 물들면 식욕이 좀...... 그렇잖아?


포근한 식감을 유지하는 비법은, 조금 의외일 수도 있는데 중불과 센 불에서 중불을 조금 넘어간 강도의 불이 좋아. 여기서 약간의 스킬이 필요하긴 해. 왜냐하면, 동물성 단백질은 센 불에서 응고되어 버리기 때문에 익히는 온도를 잘 맞추지 못하면 식감이 영 별로가 되거든. 그래서 흔히들 약불에서 천천히 익히는데 계란말이는 그렇게 말면, 비닐을 씹는 것 같은 식감을 내는 부분이 반드시 나와.


충분히 달군 팬에 기름을 둘러준 다음에, 그 기름이 슬슬 달아오를 것 같다고 판단될 때 팬을 얇게 덮을 정도의 분량을 빠르게 부어주는 거야. 그리고 그걸 얼른 접어.

팬은 뜨겁고, 계란물은 조금 부었기 때문에 순식간에 익거든. 정말 빠르게 접어야 돼. 접어가면서 빈손으로 팬을 기울여서 도톰해지는 계란말이 본체의 심이 될 부분을 오른쪽으로 미끄러트린 다음 왼편에 또다시 비슷한 분량의 계란물을 붓고, 같은 작업 반복. 이렇게 두 번 정도를 하면 계란말이가 모양이 잡히겠지. 하지만 어딘가 엉성한 모양일 거야. 이때 불을 확 낮춰주고, 뒤집개를 하나 더 동원해서 양 사이드를 힘주어서 눌러주는 거야. 왼쪽 오른쪽 양옆을 압박해 주는 느낌으로. 5~8초 정도면 돼. 다음에 90도로 회전해서 다시 압박, 또 회전, 또 압박. 이렇게 4면을 다 눌러주게 되면 딱히 무슨 도구가 없어도 반듯한 네모 계란말이가 나오지. 아참, 상황 봐서 양면을 눌러주는 동안 가스불은 꺼 버려도 돼. 이미 팬은 충분히 뜨거우니까.


익숙해지기 전엔 상당히 귀찮은 일이긴 해. 그럴 때면 굳이 돌돌 말지 않아도 돼. 그냥 넙데데하게 팬 가득 계란물을 부어버린 다음에, 속을 가운데로 몰아주고 계란물이 슬쩍 엉겨간다는 느낌이 들 때 과감하게 반 접어줘 버려. 그럼 그게 오믈렛이지, 오믈렛이 뭐 별거겠어. 예쁘게 만들려면야 그것도 힘들긴 하겠지만 계란 말기 귀찮아서 반달로 접는 판에 뭘. 그냥 먹는 데만 의의를 두기로 하자.


부드러운 크림 같은 질감이 좋으면 위에서 말한 대로 '엉겨갈락 말락' 할 때 접어야 하고, 좀 더 익은 게 좋으면 안면이 80% 익었다 싶을 때 접으면 돼. 하지만 이건 별로 추천하진 않아. 계란은 자고로 부드러워야 맛있는 법이잖아.


처음부터 오믈렛을 만들 생각이라면 버섯과 베이컨의 조합도 추천하지만, 역시 너희들 중 그 누구도 버섯을 좋아하지 않으니 이건 애초부터 잘못된 추천이려나. 그럼 베이컨과 볶은 양파의 조합은 어떨까. 너무 귀찮으려나. 그래도 이건 한 번쯤 꼭 해 먹어 볼만한 가치가 있으니 기억해 줘. 그걸 올려서 오픈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어도 참 맛있잖아...... 그리고 아무것도 넣지 않고 부드럽게 살짝만 익힌 계란은, 볶음밥 위에 올려서 오므라이스로 만들어 먹어도 진짜 맛있지. 주말에 그거 해 먹을까, 우리?

keyword
이전 03화밥은 차려주는 대로 먹는 게 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