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김으로 레벨업(할 수 있겠지?)

손이 간 만큼 맛으로 보답하는 멘치카츠

by 담화

유난히 비가 많이 오는 가을날이야, 선아, 진아, 준아.


비가 올 때 사람들이 기름진 음식을 찾는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 있지?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고도 하고 그냥 재미로 이런저런 이유로 그러하다고도 하는데 솔직히 엄마 입장은 이래. 그냥 맛있고 몸에는 썩 좋지 않은 걸 먹는 데 그럴싸한 이유로 이만한 것이 없지, 랄까. 그러니까 그 핑계 삼아 오늘은 매우 손이 많이 가서 귀찮지만 그만한 손품을 들일 만한 가치가 있는(?) 걸 가르쳐 줄게. 너희 이거 좋아하기도 하잖아. 응용버전으로 돈가스나(멘치‘카츠’라고 썼으니 돈‘카츠’라고 적어야 맞겠지만, 돈가스는 돈가스인 걸로) 햄버그 스테이크도 다 만들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니 잘 봐둬.


일단 채소는 냉장고에 있는 거 뭐든 써도 돼. 빠지면 서운한 건 양파지. 양파는 꼭 넉넉히 다져서 넣어주는 게 좋지만, 들어가는 전체 채소의 양을 보고 비율을 맞추는 걸 절대 잊으면 안 돼.

고기보다 채소를 좋아하는 건 아주 좋은 일이지만, 다진 고기류를 넣어 반죽을 만드는 종류의 음식에서 채소의 비중이 고기의 전체 분량의 절반을 넘어가면 아주 곤란해. 이유는 대충 짐작하듯 뭉쳐지지 않기 때문이야. 사실 권장량은 1/4 정도가 안정적이지. 하지만 너무 떡지는 식감이 싫고, 채소가 많이 들어간 맛을 선호한다면 많-이 양보해서 1/3을 넘지 않게 맞추는 게 좋겠다. 근데 채소가 총량의 1/3만 되어도 제법 힘들 거야. 형태가 자꾸 무너지고 흐물흐물해지기도 할 거고. 그러니까 조금 숙련도를 쌓은 다음 채소량을 늘이는 걸 추천해.


아, 그리고 이런 종류의 고기 반죽을 할 때는 아무리 ‘혼자’ 먹는다고 해도 최소 200그램 이상으로 반죽 재료를 맞춰주면 좋겠어. 한 끼에 다 못 먹을 양이 나오겠지만, 반죽을 잘 빚어서 냉동해 두었다가 다음에 또 튀겨 먹어도 되는 거거든. 그 아래로는… 아무튼 좀 그래.


그리고 또 중요한 거, 잘게, 하지만 뭉개지지는 않을 정도의 크기로 잘 다져주는 거. 다지는 거 귀찮다고 블렌더 같은 데 넣고 갈아버리면 안 돼. 물이 엄청 나와. 성가시지, 엄마도 알아. 그런데 반드시 손으로, 잘 드는 칼로 곱게 다져줘야 해. 이렇게 비율을 맞춘 다진 고기(소고기나 돼지고기 한 종류만 써도 좋고, 섞어서 써도 괜찮아. 그런데 엄마가 해줬던 건 항상 100% 다진 돼지고기였어.


여기에 약한 밑간으로 소금 후추 한 꼬집씩만 넣고, 계란 하나 풀고 빵가루도 적당히 넣고. 엄마는 양파만 넣기보다는 대파와 섞어서 넣기도 하고 마늘도, 양배추채도 다져 넣기도 하는데 익은 채소에서 나오는 자연적인 단맛이 좋거든. 하지만 여기에서도 약간씩의 실험 정신을 발휘하는 것도 나쁘진 않아. 뭐, 양송이버섯 같은 것도 맛있을 테고.


이렇게 조물조물 주무르다 보면 조금씩 재료가 엉겨 가는 느낌이 손에 와 붙는단 말야. 그럼 조그맣게 볼처럼 뭉쳐도 되고, 납작하게 완자처럼 빚어도 되고 커다랗게 욕심껏 빚어도 돼(아니다, 취소. 이건 경험치 좀 쌓인 뒤로 연기). 그렇게 다 빚어놓은 반죽을 미리 준비해 놓은 밀가루 접시에 살살 앞뒤로 굴렸다가, 달걀물에 넣었다 빼서 마지막으로 빵가루를 입혀줘.

이때 손이 장난 아니게 지저분해질 텐데, 미리 조리용 숟가락을 따로 빼 두었다가 숟가락을 보조요원으로 써먹으면 아주 편리해. 경험이 쌓이다 보면 잔머리만 느는데, 이를테면 달걀물에 손을 풍덩 집어넣지 않고 볼을 양쪽으로 슬쩍슬쩍 기울여서 굳이 뒤집어 묻혀주지 않아도 반죽 앞뒤로 달걀물을 잘 묻혀준다든가, 빵가루 역시 숟가락으로 슥슥 끼얹어 묻혀준다든가 하는 것처럼.


정석은, 팬에 넉넉하게 부어 달구기 시작한 기름이 퐁퐁 기포를 터뜨리며 온도가 제법 올라갔을 때 반죽을 넣어 튀기는 거지만 이게 생각보다 어렵고 위험하거든. 그러니까 완전히 기름이 끓기 전에, 하지만 어느 정도 달궈지기 시작했을 때 조심해서 빵가루까지 잘 입은 반죽을 들여보내 줘. 불도 중간 정도로 놔두고, 천천히 튀겨주는 거지. 윗면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반죽 주변부로 색이 올라오는 게 보이거든. 그럼 젓가락으로 슬쩍 밀어봐. 안 밀리면, 아직 뒤집을 정도로 충분히 안 익은 거야. 그럼 좀 더 놔뒀다가, 한 번 더 건드려 봤을 때 옆으로 쭉 밀린다면 그때 안심하고 뒤집어도 돼. 이렇게 두어 번 굴려가며 튀기면, 위험하지 않게 잘할 수 있어. 재료를 넣었을 때 치익, 소리가 나도록 펄펄 끓는 기름에 폼나게 튀기는 건 충분히 연습한 다음에 하자고. 알았지?


여기에 곱게 채 썬 양배추 샐러드까지 곁들이면 참 좋지만, 이것만도 너무 애썼을 테니 그건 넘어가자. 그래도 어렵고 힘든 거 한 번 해봤으니 또 자신감이 붙었을 거야. 담엔 또 뭐 맛있는 거 해 먹으면 좋을지, 또 고민 좀 해보자. 오늘도 맛있는 밥 잘 먹어, 엄마도 저녁에 뭘 하면 좋을지 고민 좀 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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