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음식을 꼭 그때만 먹어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면

대충 끓여도 맛있는 떡국

by 담화

이걸 먹기로 정해져 있는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으로서가 아니라, 적당히 먹을 만한 게 없을 때 아무렇게나 만들어 먹는 음식으로 전락(?)해 버린 지 오래인 떡국. 아빠는 싫어하고, 너희는 때로 좋아하기도 하고 때로는 거부하기도 하는 떡국 이야길 해볼까.


집집마다 떡국을 끓여 먹는 방식이 의외로 조금씩 다르더라고. 엄마의 외갓집과 큰댁에서 끓여 먹는 방식도 달라. 그럼 엄마가 끓이는 방식은 대체 어디서 온 거냐고 한다면, 그건 그냥 엄마의 엄마로부터 전수받은 방식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너희 외할머니의 방식인 줄만 알았던 이 조리법으로 떡국을 끓이는 집이 또 있다는 걸 한 10년 전쯤 알았어. 아주 우연한 기회로. 어찌나 반갑던지, 우리 집도 그런다고 아는 척할까 하다 그만두었던 기억이 나네.


어릴 때부터 이 방식으로 조련되어 온(?) 탓인지 엄마는 처음 결혼하고 너희 친가에서 끓이는, 보통 사골을 끓여 낸 국물에 끓이는 그거 말야……그게 처음엔 도무지 적응이 안 됐어. 너무 진했거든. 그래서 떡국 좋아한다면서 왜 이렇게 안 먹느냐는 소리도 가끔 들었더랬지.

그러니까 어떤 음식을 좋아한다고 말할 때는, 그걸 조리하는 방식까지 포함하는 것이구나 하는 걸 새삼 깨닫기도 했고.


아무튼 너희도 엄마 입맛을 닮았는지 사골 국물에 끓인 떡국보다 이 스타일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서, 간단하게 가르쳐 줄게. 뭐 별 건 없어. 양지를 쓰는 게 제일 맛있지만, 굳이 비싼 부위 쓰지 않아도 그냥 뭐 적당히 쓰고 남은 걸로 끓여도 돼. 심지어 햄버그 같은 걸 만들고 남은 다짐육을 써도 괜찮거든. 물론 소고기로(120-150g 정도를 추천해).


참기름 한 스푼 정도에, 다진 마늘도 비슷하게 넣고, 엄마가 엄청 좋아하는 무 나박 썬 것도 조금 넣고, 잘게 썬 고기를 함께 볶는 거지. 너무 센 불에 하면 안 돼, 금방 타버리니까.

고기 거죽에 옅은 갈색이 돌기 시작하면 물을 붓자. 그리고 끓기 전에 바로 간을 맞춰줘. 왜냐면, 한참 끓어오를 때 간을 맞추면 뜨거워서 정확한 염도를 가늠하기 어려워. 물론 청년 정신(=다소 무모한 도전정신)으로 나는 뜨거울 때 간 맞추기에 도전하겠어!라고 한다면 굳이 말리진 않아. 말마따나 경험 데이터는 중요하니까. 그치만 나중에 혀 데었다고, 짜졌다고 징징거리진 말기?


국간장의 염도에 따라서 달라지긴 하겠지만 숟가락으로(밥숟가락, 계량스푼 말고!) 한 스푼 정도만 일단 넣어봐. 그리고 조금씩 간을 맞추는 게 좋겠지. 대뜸 간장병 들고 냄비에 붓는 거 하지 마, 절대.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야. 알았지. 이제 뚜껑을 닫아두고 끓을 때까지 기다리면서 달걀물을 풀어 두자. 계란 하나를 곱게 풀어놓는 거야. 노른자와 흰자가 하나로 고르게 합쳐질 때까지 부드럽게 섞는 걸 계란을 푼다고 해. 파도 쫑쫑 썰어두는 거, 잊지 말기.


아, 떡은 물에 담가두었을까?

얼어있던 떡을 물에 담가두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 수분기 없이 냉동된 상태였던 떡을 그냥 뜨거운 국물에 퐁당 담가버리면 익는 데 시간이 과도하게 걸려서 너무 퍼져버리는 데다가 국물도 정도를 지나치게 탁해지기도 하고 식감이 망가지기도 하는 등의 문제가 있거든.

그럼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지. 떡 미리 담가두지 않았으면 떡국 못 끓여 먹냐고. 답 줄게. 아니, 괜찮아. 그냥 빠르게 물에 헹궈서 넣어서 끓여도 돼. 엄마가 늘 하는 말, 대세에 지장 없어. 집에서 내 손으로 해 먹는 게 중요하지 그깟 떡 좀 갈라지고 퍼진다고 무슨 대수야. 우리 사소한 건 좀 무시하고 살자. 남한테 피해 주는 거 아니니까 괜찮아. 기껏해야 내 입이 조금 아쉬워질 뿐인걸.


떡이 익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거든. 떡이 떠오르기 시작하면 풀어둔 달걀물 그릇을 왼손에 잡고 오른손엔 뭐가 됐든 휘저을 수 있는 걸 잡아. 엄마는 튀김 젓가락을 추천할게. 그걸로 빠르게 끓는 국물을 휘저어 주면 소용돌이가 생기지? 그 방향을 따라서 달걀물을 가늘게 흘려 넣어. 자신 없으면 젓가락에 대고 흘려 넣어도 돼. 흐름의 방향을 따라 가늘게 흘려 넣는 게 관건인데 이걸 줄알치기라고 하거든.

어……중식당 같은 데서 본 적 있지? 뜨거운 국물 안에 든 계란이 엄청 부들부들하고 입에 착 감기게 익은 거. 이렇게 한 거야. 근데 너무 성가시다 싶으면 그냥 한 번에 다 부어 넣고 슬슬 휘저어서 익혀도 되긴 해. 사실 남한테 대접할 일 있는 거 아니면 엄마는 그냥 다 때려 넣고 익혀. 왜냐면 귀찮거든. 어떻게든 절차 하나를 생략하기 위해 고심해야 할 판국에 그런 정성을 쏟을 힘이 없어... 아참, 잊을 뻔했다. 줄알치기 해서 넣은 계란은 절대 휘젓지 마. 그대로도 잘 익어.

그럼 이제 썰어놓은 파를 올리고 뚜껑 덮고 불 꺼서 잔열로 파 숨만 죽여준 다음(이거 쓰고 보니 되게 잔인하네…)……달리 다른 절차 따위 있을 리가. 이제 맛있게 먹어주면 되는 거지.


오늘 날도 마침 추워져서 딱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오늘도 잘 챙겨 먹고, 건강해.

keyword
이전 10화튀김으로 레벨업(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