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바쁠 때는 15분컷 파스타
안녕, S, J1 & J2.
어젯밤 선이가 카톡으로 엄마한테 사진을 하나 보냈었지. 수업 빽빽하게 듣느라 매번 석식 시간을 놓쳐서 시켜 먹기 일쑤였는데, 그것도 너무 지쳐서 반찬을 주문해 보았다고. 햇반을 하나 까놓고 배달되어 온 반찬을 놓고 나름 잘 차린 밥상이라고 뿌듯해하며 찍어 보낸 걸 보면서 엄마는 생각이 많아지더라.
뿐일까, 항상 밤늦게 학원에서 초주검 상태가 되어 돌아오는 진이가 늘 입에 매달고 들어오는 배고파 소리를 듣고 있으면 항상 심란해져.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 것도 좋고, 그 꿈을 향해 시간을 쪼개어 가며 분투하는 것도 매우 훌륭하고 다 좋은데, 그래도 밥은 먹고 다닐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너무 큰 꿈일까. 그래서 진이가 목표한 대학에 진학하는 데 성공하면 너희 둘이 같이 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아빠하고 종종 하곤 해. 그럼 엄마가 종종 먹을 것도 챙겨다 주기도 할 테고, 요리를 제법 잘하고 좋아하는 진이가 야무지게 부엌살림을 꾸리기도 하지 않겠느냐고 그런 상상도 하고. 엄마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할 시간적 여유도 찾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지만, 너희는 절대 그러기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짐작하기에 자꾸 빠르게, 최대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게 뭘까를 고민해. 그래야 나중에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거 아니야?
그러니까 오늘은 너희가 좋아하는 파스타를 만들게.
사실 너희는 파스타로 통칭하는 건면 중에서도 스파게티를 제일 좋아하는 건 알아. 반대로 엄마는 펜네 같은 숏 파스타를 좋아하지. 오늘 쓴 건 리가토니야. 파스타 면 삶는 시간은 봉투 뒤에 있는 지침을 따르는 게 정석이지만, 너희는 약간 퍼진 듯한 식감을 좋아하니까 가이드보다 1~2분을 추가해서 삶아도 괜찮을 것 같아. 만약 양을 잘 못 맞춰서 너무 많이 남아돈다 싶으면 올리브유에 살짝 버무려서 냉장 보관해 두면, 며칠 정도는 거뜬해. 콜드 파스타로 샐러드를 해 먹어도 맛있고, 소스를 따로 만들어서 또 버무려 먹어도 괜찮아.
양을 가늠하는 방법은…글쎄, 사람마다 1인분의 양이 다 달라서 뭐라 딱 잘라 말은 못 하겠지만 모자라는 것보다는 남는 게 나으니까(보관법 알려 줬으니까), 스파게티나 링귀니 같은 롱 파스타는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말아 붙여서 지름 2cm 정도 되는 원에 들어가는 양이 적당하다고 하지, 보통은. 거기서 양을 가감하면서 실험해 보면 돼, 어느 정도가 각자의 적정선인지. 펜네나 파르팔레 같이 짤막한 건, 양손을 그릇처럼 오목해지게 말아 붙인 안쪽에 가득 찰 정도. 그치만 이건 어디까지나 눈대중이니까, 참고만 하기다. 잘 익힌 면은 체에 건져 놓는데, 주의사항. 절대 찬물로 헹구지 말 것. 그리고 면을 삶고 난 면수는 일부 남겨놓을 것.
소스는 당연한 얘기지만 집에서 무쇠 냄비 같은 것에 홀 토마토와 페이스트를 섞어서 만드는 게 제일 맛있어. 하지만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저어줘야 하는 그걸 언제 만들고 있겠니. 병입 소스가 이렇게 다종다양하게 많이 나오는 세상인데 홈메이드는 좀 포기하기로 하자. 나중에 시간 많을 때 해봐. 그것도 한 번쯤은 해볼 만한 일이니까. 아무튼, 입맛에 맞는 브랜드를 찾아냈으면 그것처럼 좋은 일이 없어.
면을 삶는 동안에 베이컨 두어 줄 정도, 양파 1/4, 마늘 세 톨 정도를 기본으로 다져 놓기로 하자. 올리브유를 두 스푼 정도 둘러서 이걸 넣고 볶아줘. 베이컨에 색이 올라오고 냄새가 퍼질 정도로. 그다음에 불을 최대한 낮춰서, 소스를 넣고 잘 섞어 주면 돼.
그리고 이건 엄마의 킥인데, 티스푼으로 한 스푼만 고추장을 추가해 주면 맛에는 크게 변화가 없는데 어딘가 확 입에 들러붙는 맛이 돼. 그렇게 잘 볶은 소스에 건져놓은 면을 넣고 한 번 더 섞어주거나, 아니면 접시에 따로 덜어놓은 면 위에 부어주는 것도 괜찮아. 치즈를 추가하고 싶으면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소량 갈아 뿌리는 게 제일 좋지만 학생 처지에 그런 사치를 부릴 수 없다? 그러면 그냥 안 뿌리는 것도 상관없어. 그거 하나 빠진다고 엄청 아쉽지 않아. 알았지?
파스타는 진짜 배리에이션이 무궁무진한 데다가(마치 볶음밥처럼) 만드는 것도 엄청 쉬워서, 너무너무 바쁜 날에도 간단하게 해 먹기 진짜 좋은 메뉴니까 잘 써먹으면 좋겠어.
여하간 제대로 잘 먹는 게 중요하다니까. 하, 이거 너희 아빠가 엄마한테 할 때는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은 말이었는데 내가 따라 하고 있네, 이걸… 아… 현타 온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