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해 마지막 날이네요. 얼떨결에 조직문화 스터디를 시작했던 게 올해 10월인데요. 3개월 동안 제가 느낀 것들과 얻게 된 나름의 성과들을 기록해봅니다.
저는 조직문화 스터디 툴로 ‘독서대학’이라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도서 목록을 정해서 책을 읽고, 독서노트를 쓰고, 글 콘텐츠를 발행할 때마다 학점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려고 노력했는데요.
결과부터 말하면 원하는 만큼 다 못했습니다. 3개월 안에 10권을 읽고, 일정량의 글을 발행하는 걸 목표로 했었거든요. 이제 겨우 5권째 책을 다 읽어가는 중이네요. 제가 읽은 책은 조직문화통찰, 수평조직의 구조, 규칙없음, 두려움 없는 조직, 네이키드 애자일 다섯 권입니다.
원하는 만큼 속도가 나진 않았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뭔가 고민하고 있었던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늘 책을 끼고 있었고, 누가 보든 안보든 글을 쓰고 있었거든요. 살면서 처음으로 제가 정말 원해서 하는 공부를 해본 기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제 욕심만큼 하려면 체력이 꼭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걸 깨달은 것도 중요한 성과였어요.
사실 조직문화 스터디를 하게 된 건 직무전환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재경 담당자로 일하면서 이렇다 할 비전을 찾지 못하던 중이었는데, “너는 HR이 어울려”라는 인사 직군의 지인의 말을 듣고 혹해서 시작했어요.
근데 재밌는 건 조직문화 스터디를 하면 할수록 직무전환에 대한 고민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조직문화라는 게 꼭 HR 담당자에게 한정된 주제가 아니구나,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져야 할 일과 삶에 대한 태도를 말하고 있는 분야구나 라는 걸 스터디를 하면서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처음엔 다른 회사의 조직문화 성공 사례를 보면서 ‘와 나도 저런 직장에 다니고 싶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근데 이제는 내가 다니는 회사가 당장 변하지 않더라도,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꼭 당장의 이직이나 직무전환이 아니라, 언젠가 자연스럽게 찾아올 직장 안팎의 기회에 성숙한 인재로 준비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달까요. 권태롭던 직장생활에 나름의 목표가 생겼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내년 1월부터 원티드에서 운영하는 HR 커뮤니티 인살롱에 필진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직장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그룹사 동료들을 위해 가끔 글을 쓰곤 했지만, 회사 밖에서 기고라는 걸 너무 해보고 싶었거든요. 감사하게도 그 기회를 얻었습니다. 제 브런치 주제와 동일하게 Non HR 직장인이 조직문화라는 주제를 바라볼 때 가져야 할 관점과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해요.
3개월이 정말 짧은 시간이지만 특정 분야에 있어 어딘가에 비벼볼(?) 수 있는 저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인정받은 것 같아 너무 뿌듯합니다. 가끔은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했던 이 스터디를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됐네요.
올해가 가기 전에 한 해 마무리 겸 뭔가 쓰긴 해야 할 것 같아 설익은 생각들을 부랴부랴 글로 옮겼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한 공간인데 가끔 한분씩 찾아와 구독을 눌러주실 때마다 힘을 많이 얻고 있어요. 내년에도 제 소박한 지식과 경험들이 누군가에게 작은 영감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