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달걀이 먼저 일까? 닭이 먼저 일까?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 자신의 정해진 시간만큼을 살아가다 죽음으로 돌아간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인생을 살아오며 , 얼마나 시간이 남은 건지 알 수 없지만 2025년의 대한민국 여성의 기대 수명으로 예측해 보면 반정도 살았다.
그 시간을 살아오며 누구나 태어나서 살다 죽는 것인데 그 과정이 참 행복하고 기대되기도 하고 어렵고 두렵기도 하다. 알 수 없는 인생을 살아오며 , 그 복잡하고 힘겨운 경험들을 하며 알게 된 사실은 결국 이 순간순간 내가 숨 쉬며 존재하는 그 순간만 살아가면 되고 언제인지 모르지만 정해진 시간이 오면 받아들이면 된다는 것이다. 긴 예측도 미래에 대한 걱정도 소용없다.
그럼 이 순간순간 내 숨을 느끼는 그 찰나의 순간을 모아 그 총채가 행복과 평안으로 이르게 하려면 가장 필요한 감정은 무엇인가.
사랑.
너무나 뻔하고 흔하고 나이브한 이 단어.
불행히도 나에게는 그 상대가 이 단어를 사용하며 이 말 뒤로 숨으며 모든 무책임한 행동들과 회피를 정당화시킬 때 쓰던 단어.
의무와 동일시되게 하였고 고통을 참아낼 요구를 할 때 사랑이란 말을 사용하면 이 단어가 주는 힘을 아는 사람은 결국 쓰러질 수밖에 없다.
돌아보니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
사랑이란 말이 담고 있는 진정한 의미를 알려준 사람을 알게 되자 오히려 과거의 내가 나에게 저질렀던 만행들을 자각하게 되었다.
따뜻한 냄비에 있는 개구리는 물이 점점 뜨거워져도 탈출한 이후의 냄비밖 세상에 대한 두려움, 그곳은 어쩌면 이 뜨거운 냄비보다 더 괴로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참고 참다가 쪄 죽는다. 가끔 궁금했다. 내가 지금 행복한 상태가 된 것은 내가 두려움을 이기고 기를 써서 냄비 밖을 탈출했기 때문에 얻게 된 보상인걸까?
아니면 뜨거운 냄비속에서 살면서도 그것이 삶의 전부라고 애써 나를 위로했던 날들을 겪어봤기 때문에 이것이 행복인걸 알게 된 것일까? 순서는 상관없다. 어찌 되었던 나는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아팠던 경험도 후회하지 않는다.
처음엔 사랑을 너무 쉽게 말하고 너무 확신 하는 그를 경계했다.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그 말이 주는 치유와 긍정을 알게 되자 기뻤다.
그렇지만 스스로 그 기쁨을 누리는 것을 통제하려고 했다.
하지만 곧 내가 나에게 하는 어리석고 야박한 행동들이 얼마나 나에게 무례한 짓인지 알게 되었다. 내가 가장 귀하고 그래서 내가 닳을까봐 아깝다고 매일 매일 알려주는 사람덕분에 나는 나를 귀하게 여기게 되었고 사랑받을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하는 위치.
싱글 가장. 언젠가 그 의무에서 벗어나게 되긴하겠지만 지금은 아이들을 가장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다짐하던 시간. 나는 그를 내 자녀에게도 내 가족에게도 내 지인에게도 아웃팅하지 않았지만 그는 나를 자연스럽게 그의 자녀들에게 소개하고 내 존재를 주변사람들에게 인식시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