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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Dec 13. 2019

따뜻하지 않고, 따듯한 사람

씽킹브릭

따뜻하지 않고
따듯한 사람.

따듯하다는 표현이
당연히 틀린 줄 알았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따뜻과 따듯이 둘 다 맞는 표현이라는 걸 보고
의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따듯’이 틀렸다고 느꼈던 건 아마도
제가 그 전까지 많이 본 표현이
‘따뜻’이었기 때문이겠죠.

그걸 알고 난 후부터는
저는 어떤 사람이
‘따듯’을 쓰는지 ‘따뜻’을 쓰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보게됐습니다.

단어 선택의 차이가
그 사람의 감성과 취향을
나타내는 지표라도 되는 것처럼요.

따뜻은 약간 거칠고 온도가 더 셀 것 같고
따듯은 좀 더 보드랍고 미지근하게 느껴집니다.
‘ㄸ’와 ‘ㄷ’의 발음에서 그런 감각이 차이나는 거겠죠.

이런 어감이 주는 미묘한 차이에서
어떤 표현을 고를지 지켜보는 것도
꽤나 흥미롭더군요.
보이지 않는 나만의 리트머스지로
사람의 감성과 취향을 엿보는 느낌이랄까요.

그렇게 전혀 객관성없는
느낌의 통계로 관찰해 본 결과
제 주변에선 열명 중 한두명 밖에는
‘따듯’을 썼습니다.

그 중 가장 인상에 남는 지인이 있었습니다.
핸섬한 마스크에
굉장히 차갑고 강해 보이는 친군데요.
디자인 또한 인상처럼 냉철하고 명석하게
완벽하게 풀어내는 유능한 디자이너입니다.

사실 누가봐도 그 친구는
‘따듯’보다는 ‘따뜻’이
어울리는 사람이었죠.
그런데 의외로 ‘따듯’을 자주 써서
혼자서 참 신기해했습니다.

그런데 지내다 보니 알게됐습니다.
인상과는 다르게 사실은 ‘따듯함’을 가진 친구라는 걸.
참 잘난 게 많지만 친절하고 겸손하고 은근 순수한면까지 있었습니다.

미세먼지에 바람까지 강해진 가뜩이나
추워진 날씨에
그 따듯한 친구가 생각나서.

#씽킹브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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