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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Oct 07. 2021

미움받는 게 뭐 어때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국민 MC라 불리는 유재석이 바로 떠오른다. 유재석은 20여 년 전에 개그맨으로 데뷔하여 꾸준히 사랑받는 연예인이다. 그런데 예전에 유재석에게도 안티팬이 있고 심지어 안티 카페도 있다는 얘길 듣고 놀란 적이 있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사랑받고 싶어 한다.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고 좋은 평가를 듣고 싶어 한다. 한마디로 미움받는 걸 두려워한다. 몇 년 전에 아들러의 심리학을 다룬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나왔을 때 많은 이들이 열광한 이유도 우리에게는 미움받을 용기가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도 인정의 욕구가 큰 사람이다. 어릴 적에는 부모님, 선생님들의 칭찬을 받는 것과 친구들이 나에게 모르는 것을 질문하고 나를 따르는 것이 좋아서 공부를 열심히 했다. 회사 생활을 할 때도 상사에게 인정받는 유능한 사원이 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심지어 수영이나 우쿨렐레를 처음 배울 때도 잘한다는 얘길 듣고 싶었다. 뭐든지 인정받을 정도로 잘하면 사는 것이 수월했다. 물론 내 삶의 모든 게 타인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함은 아니었지만,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음에는 틀림없다. 


타인으로부터 항상 칭찬을 듣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안 좋은 평가를 들었을 경우에는 크게 상심하거나 자책을 하게 된다. 고3 시절, 선생님과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나는 엄청난 부담감과 긴장감으로 인해 수능을 망치고 말았다. 그때의 패배감과 죄책감은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컸다. 줄곧 타인의 기대 속에 성장했던 나는 선생님과 친구들, 부모님 얼굴 보기가 민망하고 부끄러워서 한참을 괴로워했다.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행복해지려면 미움받을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용기가 생겼을 때 인간관계가 한순간에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타인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살지 말라는 의미다. 사람들 대부분은 타인 중에서도 특히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애를 쓴다. 부모의 뜻에 따라 공부하고 부모가 원하는 대학이나 직장에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모의 기대와 자식의 욕구가 일치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갈등이나 어느 한 사람의 희생이 뒤따른다. 



내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크다는 것을 오래전에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정 욕구를 내려놓기란 쉽지 않았다. 지금도 온전히 포기했다고 볼 수없다. 다만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를 하며 스트레스받는 일이 훨씬 줄어들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고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그런 사람들까지 신경 쓰기에 내 삶은 너무나 짧고 소중하다.


그런 이유로 지금은 다른 사람의 이목이나 평가가 아닌 나의 행복과 즐거움을 우선시하려고 노력한다. 타인의 인정과 사랑보다 내가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가슴 깊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높은 기대치를 갖고 살아온 내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매일 아침 스스로 칭찬해주고 시간을 가치 있고 소중하게 쓰면서부터는 쉬운 일이 되었다.     



우리가 타인의 평가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눈이 외부로 향해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표정과 반응을 보며 살다 보니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움받을 용기를 얻으려면 눈을 내부로 돌려야 한다.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걸 할 때 행복한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내면을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유난히 신경 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좋은 말을 듣고 싶어 한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마음은요? 다른 사람을 신경 쓰고 다른 사람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면 정작 당신의 진짜 마음은요? 안 좋은 평가, 싫은 소리를 듣는 게 뭐 어때서요? 다른 사람이 나를 미워하는 게 뭐 어때서요? 내가 나를 알아주고 사랑해주면 충분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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