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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Sep 15. 2021

사람은 왜 쉽게 바뀌지 않을까?

쇠고집,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명절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윗집 아기 엄마와 대화를 나눴다. 

"시댁에 음식을 해가야 하는데 쉽고 간단한 전이 뭐가 있을까?"

"육전 어때? 소고기 얇게 떠서 해 놓으면 애들도  어른도 잘 먹어"

"우리 시어머니는 고기를 전혀 안 드셔. 당뇨가 있어서 안된다며 아무리 얘기해도 고기는 아예 입에 대시질 않는다니까"

"와! 우리 엄마도 항암 수술 후 회나 생고기를 아예 안 드셔. 의사가 괜찮다고 해도 막무가내야" 


쇠고집이라는 말이 있다. 소처럼 몹시 고집이 센 사람을 일컫는다. 소는 성질이 지극히 온순하지만 한 번 성질이 나면 호랑이도 들이받을 정도로 아무도 못 말린다고 한다. 고집 또한 무척 세서 생후 8개월가량부터 코뚜레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인이 통제하기 어렵고 난동을 부릴 때 성인 열명이 소 한 마리를 당해내지 못한다. 위의 대화에 등장하는 어머니들도 주위에서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는 것으로 보아 쇠고집임이 분명하다.



고집이 센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버티는 사람이다. 필자의 친정어머니는 항암 수술과 치료 후 그토록 좋아하시던 회, 생고기와 작별했다. 담당 의사가 '이제부터는 드셔도 됩시다'라고 수차례 말해도 소용이 없다. 원래도 고집이 센 분이었지만 점점 더 쇠고집이 돼가고 있다. 어째서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의견을 바꾸거나 변화하기가 어려운 것일까?


우리 뇌에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 있어서 훈련을 통해 변화할 수 있다. 신경가소성이란 플라스틱이 열을 받으면 성질이 변하듯이 뇌가 경험이나 자극, 환경에 의해 변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실상은 작은 습관 하나, 신념 하나를 바꾸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뇌에는 변하지 않으려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뇌는 변화하려는 속성과 변화를 회피하는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래서 무언가를 바꿔야 한다는 정보가 들어오면 '지금 이 상태는 잘못된 것'이라는 오류 신호로 받아들여 두려운 감정이 일어난다. 또한 뇌는 몸무게의 2.5% 정도밖에 안되지만 25%에 달하는 에너지를 소모하므로 에너지를 최소화하려는 특성이 있다. 새롭게 변화하려면 더 많은 에너지를 써서 새로운 뇌 회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뇌는 에너지 소모가 적은 이전의 회로를 사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힘이 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람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뇌의 이중적인 속성을 잘 이용해야 한다. 먼저 변화하는 속성을 이용하려면 명확하고 뚜렷한 목표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목적지가 없는 자동차처럼 뇌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주춤거린다. 변화를 회피하려는 속성을 이용하려면 두려움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금의 상태보다는 새로운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시작한다면 "나는 다이어트가 즐겁다. 나는 운동을 좋아한다. 나는 소식하는 사람이다."와 같이 긍정적인 자기 암시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또 에너지를 최소화하려는 습성을 이용하려면 뇌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금씩, 서서히 변화를 시도해 가야 한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안 하던 운동을 갑자기 1~2시간씩 하고 식사량을 확 줄이면 작심삼일이 되고 만다. 뇌의 에너지 소모가 커져서 힘이 드니 제발 그만 하라고 아우성을 친다. 대신 10분 운동에서 시작해 30분, 1시간으로 늘려가거나 서서히 칼로리를 줄여나가는 식단은 뇌의 저항을 줄일 수 있다.


사람이 변화하는 것은 결국 뇌가 변화한다는 의미이고 이는 뇌 신경망의 변화를 의미한다. 뇌 신경망은 천억 개의 세포와 백조 개 이상의 시냅스 연결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굵은 신경망들이 생겨난다. 이 굵은 신경망 덕분에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하면 익숙해지고 쉬워진다. 하지만 고속도로와 같은 신경망이 너무 강해서 인식이나 관념의 틀이 강해지면 쇠고집이나 꼰대 소리를 듣게 된다.


나이가 들어서도 쇠고집,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듣고 항상 새로운 변화와 시도를 통해 뇌를 말랑말랑한 상태로 유지해보자. 때론 절대 꺾이지 않는 확고한 신념보다 부드러운 관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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