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 루틴
새벽 4시 전후, 대게는 저절로 잠에서 깨어난다. 입꼬리를 위로 쭉 끌어올린다. 그 상태에서 침대 귀퉁이에 앉아 가볍게 목을 돌린 후 휴대폰을 챙겨 안방을 나선다. 올라간 입꼬리 덕분에 왠지 기분이 좋다. 화장실에 들렀다가 체중계에 올라간다. 주방에 가서 텀블러에 따뜻한 물을 받는 동안 어깨와 팔, 옆구리 스트레칭을 한다. 서재로 들어가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 전원을 켠다. 음악을 틀고 브레인 명상을 한다. 이 모든 것을 하는 데까지 10분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3~4시간 동안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강의 자료를 만드는 등 의자와 한 몸이 된다.
눈이 잘 안 떠지거나 몸이 무거운 날이면 어김없이 좀 더 자고 싶다. 그럴 때는 '오늘은 피곤하구나, 더 자고 싶구나' 하고 내 마음을 알아준다. 그럼 마음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아도 괜찮다. 늘 하던 것과 똑같은 순서로 마치 기계처럼 움직인다. 생각하지 않아도 애쓰지 않아도 그냥 저절로 되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수시로 찾아오는 몸의 반항, 오늘만큼은 더 자야 한단 핑계는 인정해주고 가볍게 무시한다.
수십 년을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다. 운동을 제외하고는 오랫동안 해온 것도 별로 없다. 그래서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끊임없이 한다는 건 내게도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책을 쓰기 위해 미라클 모닝을 시작하고 매일 글을 쓰기로 다짐한 이상 새벽 루틴은 절대적으로 지켜내야 했다.
새벽 루틴이 끝이 나면 아이들을 깨워 아침 식사를 주고 스피닝을 타러 간다. 한 타임 또는 두 타임을 연달아 타고 집에 와 샤워를 하면서 방수 스피커로 오디오 클립이나 오디오 북을 듣는다. 못다 한 집안일을 하고 점심을 먹고 나면 자유 시간이다. 책을 읽거나 휴대폰을 보거나 낮잠을 잔다. 도서관이나 서점을 가기도 한다. 오후 4시가 되면 헬스장에 가서 한 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근력 운동을 한다. 집에 와서 단백질 셰이크와 샐러드 위주로 저녁 식사를 하고 가족들 저녁을 차려 준다.
저녁 식사를 하고 나면 저녁 강의를 하고 강의가 없는 날은 역시 자유 시간이다. 집안일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남편과 산책을 한다. 8시가 되면 하품이 나오기 시작하니 9시쯤부터는 잘 준비를 한다. 운영 중인 단톡방 몇 군데에 마무리 공지를 하고 감사일기를 쓴다. 하루에 3가지 감사함을 찾는 건 쉬운 듯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루틴으로 정해놓은 이상 특별할 것 없는 날의 감사함까지 찾아내서 적고 나면 그 여파로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 수 있다.
나의 하루 루틴을 순서대로 적어보았다. 시간과 순서가 조금씩 바뀌기도 하지만 1년 8개월간 이런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남편을 비롯하여 나의 생활을 아는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힘들지 않냐고 한다. 쉽지는 않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매일 밤늦게 피곤하고 기분 나쁜 채로 잠들어 짜증과 자괴감으로 아침을 맞이하던 이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30시간 이상은 되는 듯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바쁘다, 정신없다를 입에 달고 살았는데 이제는 나 시간 많아, 여유가 넘쳐라는 말을 하고 다닌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중심 루틴은 새벽 글쓰기와 운동이다. 운동을 하루에 2~3시간씩 하는 이유는 이런 생활을 최대한 오래 지속하고 싶어서다. 아무리 의지가 강하고 간절한 목표가 있어도 몸이 아프거나 에너지와 체력이 딸리면 무용지물이다.
철저한 루틴 속에 나를 집어넣자 굳이 애쓰지 않아도 놀라운 결과들이 뒤따랐다. 6개월에 한 권씩 책이 발간되고 온라인 프로그램, 외부 강의로 꾸준히 수입이 생겨났다. 꿈에 그리던 칼럼니스트도 되었다. 더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만족스럽고 행복한 나날이 내게로 왔다. 하루하루를 후회 없이 만족하며 사는데 더 이상 바랄 것이 무에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