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만 쉬고 있어도 불안하다. 집에 있어도 불안하고, 밖으로 나가도 불안하다. 밥을 먹을 때도 불안하고, 일을 할 때는 더 불안하고, 새 물건을 사도 불안하고, 길을 걸어도 불안하고, 그냥 뭘 해도 다 불안하다.
마음이 늘 불편하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누가 뭐라고 할 것 같고, 잘못했다고 혼낼 것만 같다. 나는 또 그런 상황이 오면 어쩌지 걱정하고, 그런 안 좋은 상황이 될 경우에 뭐라고 대응해야 할지를 걱정한다. 어떻게 대처해야 내가 당당하게 보일 수 있을지, 억울한 사람이 되지 않을지, 피해자가 되지 않을까를 걱정한다.
주차를 할 때면, 차를 주차라인 안에 반듯하게 대놓아야 할 것 같고, 조금만 흐트러져도 누가 전화가 오거나, 나에게 차로 와보라고 해서 뭐라고 꾸중하고 설교할 것만 같다. 일단 내 주차 루틴을 말하자면 이렇다.
주차하려는 자리를 탐색한다. 자리는 세 자리 중 가운데 자리면 안 된다. 문콕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양 옆자리여야 한다. 웬만하면 정면에서 보았을 때 왼쪽자리가 좋다. 운전석이 상대차로 향하는 자리가 제일 좋다. 생각보다 문을 확 열면서 내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내 차를 문콕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방법이다. 가운데 자리가 안 좋은 것은 아무리 반듯하게 대 놓아도 문콕 당할 확률이 양쪽으로 두 배가 되기 때문이다.
일단 주차할 자리를 정했으면, 바닥에 뭐가 떨어져 있지는 않은지를 살펴본다. 차 안에서 유리창을 다 내리고 보아도 잘 주차하려는 칸의 모습이 전부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가 있다. 때문에, 차에서 내려서 살펴보기도 한다. 바닥에 고양이나 생명체 등이 있지는 않은지 꼼꼼하게 살펴본 후에, 차에 다시 올라탄다.
후진을 한다. 차량의 후방카메라를 주시면서도 사이드미러로 내가 놓치는 바닥 물체가 있는지, 차량에 닿을만한 물체나 시설물이 있는지 살피면서 조심스레 천천히 후진한다. 차량이 주차구획선에 맞게 평행하게 주차가 잘 되는지 확인해 가며, 앞 뒤로 여러 번, 수차례 왔다 갔다를 반복한다.
분명히 바닥에 아무것도 없는 깨끗한 상태임을 확인했음에도 확인하는 행동을 여러 차례 반복한다. 바닥 스토퍼에 양쪽 뒷바퀴가 나란히 닿았는지, 닿지 않았으면, 양쪽 뒷바퀴가 나란히 닿을 때까지 주차를 다시 한다. 그리고 스토퍼에서 살짝 떨어지게, 아주 살짝 떨어지게 앞으로 차를 움직인다. 그다음 기어를 파킹에 넣는다.
발브레이크를 떼지 않은 상태에서 사이드브레이크를 잠기는 데까지 당긴다. 이때 너무 무리해서 당기지는 않는데, 케이블이 끊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전자식 파킹브레이크도 많지만, 내 차는 당기는 수동식 사이드브레이크라서 어쩔 수 없다. 사실 전자식 파킹브레이크가 풀리는 사례도 몇 건 본 적이 있어서, 전자식 파킹브레이크라고 무조건 믿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매사가 불안한 나에게는 잘 맞지 않는 불필요한 옵션인 것 같다.
사이드브레이크를 당기고 나면, 발브레이크에서 발을 뗀다. 차가 앞뒤도 흔들리지 않는지 잠시 상황을 본다. 차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했으면, 이제 블랙박스 전원 케이블을 뽑는다. 버튼으로 꺼도 되겠지만, 확실하게 전원을 차단하기 위해서 전원 케이블을 뽑는다. 오토로 해두었던 전조등을 오프 상태로 둔다.
차량 윈도우를 닫는다. 4개의 창문을 일단 다 닫는다. 그리고 확인을 반복하며, 4개의 창문 닫힘 버튼을 계속 누른다. 내 마음속의 안정적 숫자, 임의로 정해지는 안정감이 드는 숫자만큼, 그 횟수만큼 창문 닫힘 버튼을 계속 누른다. 사실, 버튼에 힘을 주면서 누르다 보니 한번 부러져 망가진 적이 있다. 그래서 교환했음에도, 계속 힘줘서 반복해서 창문 닫힘 버튼을 누르고 있다.
창문 닫힘까지 다 확인했으면, 시가잭에 꽂혀있는 충전선이 합선을 일으키지는 않을지 확인한다. 잘 꽂혀있는지, 충전선 끝이 어디 금속 물체에 닿아있지는 않는지 확인한다.
그다음은 기어를 다시 중립에 놓았다가 다시 확실하게 파킹에 한번 더 넣는다. 그리고 선바이저 안에 조명이 켜져있지는 않은지 확인한다. 이제 주차는 확인이 끝났다.
혹시라도 자동차 안에 내 물건이 떨어져 어디 자리 밑이나, 잘 안 보이는 곳에 숨어있지는 않을지 걱정되어 주차를 마치고도 한참 차 안을 뒤져본다. 차 안 주황색 조명이 잘 안 보여, 스마트폰에 있는 플래시를 이용해서 살펴보기도 한다. 가방과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차 안 여기저기를 잘 살펴본 후에야 운전석 문을 열고 내린다. 이때 내 차 문이 옆차 문에 닿지 않도록, 혹시라도 나중에 CCTV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최대한 살살 조심해서 내린다.
차에서 내렸으니 이제 내차 주변을 둘러본다. 혹시나 실수로 내가 옆차를 긁지는 않았는지, 옆차들과의 간격은 충분한지 살핀다. 그리고 내 차량 바퀴 4개의 공기압이 충분한지 눈으로 확인한다. 어디 펑크 난 곳은 없는지, 주저앉아있는 곳은 없는지, 타이어 옆면이 찢어지지는 않았는지, 마모상태는 어떤지 확인한다.
차량 4 문짝이 잘 잠겨있는지, 유리창은 4개 모두 잘 닫혀있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내가 차량 주변을 살펴보는 동안, 내 물건들 중에 바닥에 떨어진 것은 없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나서야 차에서 떨어져 이동한다. 이동할 때도 수시로 뒤를 돌아보며 떨어진 내 물건이 없는지 확인한다. 리모컨키로 문잠금 버튼을 3~5번 정도 누르고 나서야 완전히 차에서 멀어진다.
나중에 다시 내 차로 와서는 문콕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타이어 상태는 괜찮은지, 범퍼나 차체에 흠집이 생기거나 부서지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고 나서 차에 탄다. 차에 다시 타서는 출발하기 전까지 또 루틴이 있다. 블랙박스 전원을 연결하고, 전조등을 오토 상태로 둔다. 출발할 때는 사이드브레이크가 완전히 잘 풀렸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전에 사이드브레이크가 다 풀리지 않은 채로 달리다가 시커먼 연기가 났던 차를 탄 경험이 있어서 더욱더 여러 번 체크하게 된다. 사이드브레이크 확인이 다 끝나면, 계기판에 경고등 들어온 것들이 없는지, 엔진오일 교환주기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네비를 켜고 세팅하고 출발한다.
여기까지가 내 주차 관련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루틴이다.
문제는 이렇게까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점검을 해도, 실수가 생긴다는 것이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미스가 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까지 힘들게 확인 또 확인하고 점검하는데도 완벽하게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게 죄책감이 들고 나를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