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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서 Jul 16. 2022

우리 사이 거리 안전거리


너를 만나면 그랬어.


내가 살아온 것이, 내가 살고 있는 모습이

조금 까칠하다고 느껴졌어.


1년에 몇 번, 몇 년에 한 번 만나고

연말 카드나 주고받는 사이지만

이상하게 편했어.

편했는지 몰랐는데, 편했어.


아무리 가까이 와도 내 몸에, 내 마음에 직접 닿지만 말아라.

그렇게 살아왔는데

내 DNA는 그렇게 생겼는데

너는 슬쩍 내 손등을 부딪치고

손가락을 건드리고

내 어깨를 감싸고 있었어.


가까이 와서, 더 가까이 와도 되는지 망설이는 사람들

다른 종족이라고 비스듬히 서서 불평하는 사람들

오랫동안 나름 잘 지낸 사람들

그들 모두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로 

평범한, 그저 그런 관계를 맺어왔는데.


나에게 닿는 너의 손은 뿌리치지 못했어.

그냥 두어도 해가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

오래 머무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

뭔가 모르게 안전하다는 생각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구나.


나는 너를 모른다고 하지.

현실적인 사람이고 살려고 애쓰는 사람이고

보잘것없는 사람이라고.


보잘것없는 사람이

헤어질 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

따뜻한 손으로 뻣뻣한 내 팔을 붙잡지 않아

너는 너이기에 충분하다고 말하지 않아

사랑이 가득하지 않아.


고마워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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