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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울 Apr 08. 2024

텅 빈

그저 아름답다 생각한 것 같다

작게 읊조리는 그이의 허밍을 들은 것도.

흐드러지게 잎을 휘날리는 벚꽃 나무 길을 걸은 것도.

사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도 빠졌고,

스스로가 행복해야만 하는 사람인양 연기하는 일에도 지쳤던 날.


나는 괜찮은 사람이 아니에요.

꾸역꾸역 눌러 넣고, 또 그 말을 꺼내 그에게 전달하는 것.


나는 유악한 사람이라

나에게 오는 관심엔 한없이 당황하고, 작아지곤 했다.


강제로 다가온 감정을 그대로 직면해야 하는 건 나인데 그이는 다가오고 쉽게 훅 떠난다는 사실이 너무도 미웠달까.


결국 ‘보고 싶어요.’

꽃다발은 한아름 들고 오는 것 같다 아름다웠다는 그 모든 말에 흔들린 내가 미워서.


미리 걱정한 것 같기도 해.


다가오는 이들 중 아무도 나의 버팀목이 될 수 없음을 알기에 그저 바람 따라 흔들리는 꽃이 되길 택한 나.


가을이 되고 나무가 열매를 맺으면

그 땅은 임무를 다 한 거라나.


사랑하는 그들의 마음이 다하면

결국 버려지는 건 나라는 걱정 탓인가


바닥에 가득 덮인 눈이 그리워졌다.

눈아, 너라도 나의 이불이 되어줘.


나를 온몸으로 감싸줘.


나의 온기에 네가 녹으면

우린 하나가 되자.


하나가 되어 다시 하늘로 돌아가,

다시 흩뿌려지고, 다시 녹고, 다시 사라지는


그런 존재가 되자.

언제든 돌고 도는 날.


그립던 감정이라며 아는 체 하는 사이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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