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에서 술을 기울이던 밤입니다.
미드나잇 인 성수라는 프로젝트 덕에 전에 모르던 술집에 방문했고, 자유와 절제를 품은 그를 만났죠.
일본을 좋아한다 했나, 하이볼이 좋아 여행을 떠났다 했나.
뭐 이런저런.
하이볼을 주문했더니 내 사랑 태국에서 마시던 탄산수가 나오지 뭡니까.
위스키 한 잔과 함께 내어준 탄산수가 꽤 마음에 드니
사랑에 빠졌어요.
이름 모를 위스키에 탄산수 하나로 사랑에 빠졌다니
우습지 않습니까?
자유롭게 마시랬나, 내 취향껏 즐기라는 그 말이 좋아
잠시, 더욱 오래 이곳에 머물까 고민했습니다.
물론, 우리의 밤은 짧고, 필요한 알코올이 있으니
자리를 떠나야만 했죠.
주인의 '먹어'라는 말 한마디를 기다리는 개처럼.
그렇게 움직였습니다.
이곳저곳 추천하던 그이를 따라 또 다른 보석을 찾기로 했죠.
지하에 위치한 위스키바.
허세와 자만으로 가득한 이의 모습에서 흥미로 반짝이는 눈을 본 순간 또 다른 감정을 느꼈지 뭡니까.
우린 '밤은 짧아, 한 잔 더 마셔 아가씨야' 라며,
모리미 도미히코의 소설책 제목을 차용했고, 웃음을 피웠습니다.
그래서 잘 즐겼냐 물으시면 '아마도요?'
혹은 '네'.
짧은 밤, 알차게 잘 즐기고 가요.
덕분인지, 때문인지 그에 대한 마음이 더욱 커졌죠.
그래서 일까요. 피곤한 몸으로 그에게 향했습니다.
좋아한다 말했나, 아마 사랑한다 말한 것 같아요.
물론 돌아온 대답은 생각해 볼게. 한 마디였지만요.
슬펐어요. 속상하다 해야 하나.
그이를 만나러 간 2시간 하고도 46분의 시간은 설렘뿐이었는데, 멀미가 일었죠.
돌아가는 길이 너무도 길고 무거워 작은 몸살을 앓았습니다.
나를 사랑한다 말했나요?
맞다,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말이지요.
제 마음을 착각하고 말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