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 생각들이 실타래처럼 엉켜서 어찌할 바를 모를 때 우선 운동화 끈을 묶고 나가본다. 가능하면 나무들이 울창한 곳으로 간다.
다행히도 서울에는 근처에 공원과 산이 굉장히 많다. 남산, 안산, 북한산, 인왕산, 관악산, 올림픽 공원, 서울숲, 한강공원 등, 조금만 이동하면 도시와 바로 단절된 세상이 펼쳐진다.
큰 숨을 휘휘 쉬며 걷다 보면, 바람에 날려 떨어진 꽃잎들과 바쁘게 산을 오르는 청설모, 눈빛이 강렬한 들고양이도 마주친다. 세상과 벗어났다는 느낌을 가장 먼저 주는 것은 ‘소리’다. 자동차 소리나 기계음들이 사라진 자리는 청명하고 신비로운 새들의 소리로 채워진다.
복잡한 생각 사이로 자연의 호흡이 들어온다. 막 꽃망울을 터트린 잔잔한 향기와 생동하는 새싹의 에너지도 서서히 스며든다. 짧게 쉬어지던 호흡이 몸 전체로 확장되고, 어느덧 땀이 나기 시작한다. 지나가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질 때쯤은 한참을 걸었을 때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이대로 괜찮을까? 왜 내가 이룬 성취는 고작 이것뿐인가? 이문제와 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지? 혼자 있고 싶다. 인생은 첩첩산중이구나!” 머릿속에서 아우성치던 생각들은 걷는 동안 다 휘발되었는지, 걱정과 근심의 외침들은 몇 개 남아있지 않았다. 문제는 보다 희망 적여지고 단순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어떻게든 되겠지! 잘 될 거야!
걷다 보면 문제는 심플해지고 생각이 단정하게 정리된 걸 느낀다. 걷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진 걸까?
우리는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존재다. 선조들은 생존과 식량을 위해 끊임없이 이동했고, 뇌는 그 움직임과 연결되어 발달했다. 특히 걷기는 뇌의 전두엽 활동을 증가시키는데 계획, 판단, 의사결정과 같은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활동이 증가하면서 생각이 정리되고 문제 해결 능력이 향상된다. 또한 BDNF라고 하는 뇌 유래 영양인자의 생산을 증가시켜 뇌 기능이 향상되고 정신적 명료함이 촉진된다.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은 엔도르핀을 분비하며 신경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고 이는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여, 생각을 더 명확하게 볼 수 있게 만든다.
이것이 과학에서 증명한 걷기나 유산소 운동의 효과다. 그러나 이런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걷기나 산책, 그리고 운동을 습관화 한 사람들이라면 일상에서 몸소 경험할 것이다.
걸으면서 흔들거리는 리듬은 몸의 긴장을 서서히 풀어놓으며 마음을 현재라는 시점에 가져다 놓는다. 산책(걷기)은 내적인 생각과 감정을 관찰하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걷기의 힘을 통해 생각을 자유롭게 흐르게 해 보라. 가장 쉬운 방법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돌보며,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References : Oppezzo, M., & Schwartz, D. L. (2014). Give your ideas some legs: The positive effect of walking on creative thinking.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Learning, Memory, and Cognition, 40(4), 1142. Vaynman, S., Ying, Z., & Gomez-Pinilla, F. (2004). Hippocampal BDNF mediates the efficacy of exercise on synaptic plasticity and cognition. European Journal of Neuroscience, 20(10), 2580-2590.
https://brunch.co.kr/brunchbook/brolliibodycare
몸으로 돌보는 마음은 “수요일” 연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