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하다는 말
'불우(不遇)'라는 말이 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할 때 그 말이다. 그러니까 불우하다는 말은 불행하다는 말과 동의어이다. 만나지 못한게 불행한 걸까? 뭘 못 만나?
옛 사람들은 아무개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좋은 때를, 알아주는 사람을(등등) '만나지 못하면(不遇)' 그냥 초야에서 썩을 수 밖에 없고 그걸 불행한 사태라고 보았다. 틀린 생각은 아닌거 같다. 선비가 아무리 어질고 현명해도 임금이 네로 황제같은 놈이라면 그런 임금과는 조우할 수 없고 그래서 경륜을 펼치고 백성을 잘 살게 할 수 없으니 불행한 노릇이다.
이 간단한 개념에는 두가지 요소가 내포되어 있다. 우선 '선비는 어질고 현명'해야 한다는 것과 군주는 '네로 같은 놈'이면 안된다는 것이다. 기호논리학으로 말하면 둘 다 T T여야 결과가 T가 된다. 하나만 F여도 결과는 모두 F이다.
그러니까 스스로 불우하다고 한탄하려면 적어도 자기 자신은 언제든 나아갈 준비가 끝났어야 한다는 말이다. 때가 자기를 안 알아준다고 탓하기 전에 자기는 준비를 마쳤는가
대답은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