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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wne Apr 16. 2016

다스림, 도리, 결

漢韓大字典 P. 1,426

신문지를 찢어보면, 세로로 찢으면 곧게 잘 찢어지는데 가로로 찢으면 삐뚤삐뚤 찢어진다. 펄프로 만든 신문용지의 결이 그렇게 생겼다. 고양이 등을 쓰다듬을 때, 털의 결이 꼬리방향을 향하고 있어 그 결대로 쓰다듬으면 좋아하지만 반대로 결을 거슬러 (머리를 향해서) 쓰다듬으면 싫다고 휙 가버린다. 그렇게는 잘 쓰다듬어지지도 않는다.

통나무를 도끼로 자를 때, 통나무를 세워서 도끼질을 하면 한번에 쪼개지지만 눕혀놓고 도끼질을 하면 한번에 쪼개지지 않는다. 소고기 장조림도 통나무랑 비슷하다.


고대의 귀한 보석인 옥을 다듬을 때도 그랬나보다. 그냥 보기엔 무정형의 돌이지만 그 속에는 고기의 마블링처럼 일정한 결이 있어 그 결을 따라 조탁해야 옥이 아름답게 다듬어졌나보다.

그로부터 리 라는 글자가 나왔다. (왼쪽이 의미, 오른쪽이 소리를 나타낸다. 玉 자의 점은 王 자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나중에 붙여졌다. 본래는 점이 없었다.)


저 글자를 만들고 사용한 사람들은 사물이나 대상의 결을 아는 것, 그 결대로 조탁하는 것, 그것이 올바른 다스림이고 도리이며 이치라고 생각했다. 아래 보이는 자전字典의 저자도 나무의 이치는 나무의 결이라고 적었다.


물이 흘러가는 결을 안다면 배를 띄우기가 수월할 것이다. 세상이 흘러가는 결을 알면 세상 살기가 수월할 것이다. 근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그런게 있는지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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