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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정은 Jul 02. 2020

이프 온리

이 자리를 맴돌다

한숨을 푹 하니 꺼지게 쉴 때

기어코 그 더러운 순간에 마주친다면

눈을 질끈 감고 침을 뱉었을 텐데


이런 엿같은 상황에서도 사탕을 먹겠다고

흙장난 친 손으로 조물딱 대는 아이를 보노라면

당장 뛰쳐가 2000원짜리 사탕을

새로 쥐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주에는 나 같은 사람이 없을 거라

공황을 거닐어보지만

뭐가 그리 중요한지,

꼬깃한 종이에 다짐한 글씨는

하얀 속에 번져가는데


성질 급한 언니는 내 어깨를 놔주지 않는다.

떨리는 눈결, 숨을 들이켜면

차라리 길가에서 넘어지고 싶어

유리창에 부딪히는 저 새


뭐가 그리 살고 싶은 것이냐

퍼덕이는데, 물을 부을까, 숨을 불어넣을까,

고민하던 찰나

흙을 뿌리려는 사네에게 사탕을 던지는 아이


큰소리로 울어라, 큰소리를 울려라

안경 쓴 노인, 쓰라린 마음 숨기지 못하고

주름을 그의 뺨에 새겼네.


가슴팍에 꽂힌 행거치프, 신사다운 태도는

홀연히 그것만을 떨어트리고 자리를 뜨네.


"저기요."


울며 달려갈 사네에게 더 이상의 서사는 필요 없어 침을 뱉고,


"세균보다 못한 놈."


가슴에 박힌 못을 빼어주네.


오직, 그것만이


흐르지 않을 눈물이 바닥을 기어가려 할 때,

그것조차 용납하지 않아 비는 바람을 몰고 와 땅을 지배하네.


가거라. 돌아오지 말아라.

마르지 않는 아스팔트 바닥에

조각난 사탕을 한 입 넣으며 

우주의 별이 날아다니듯 바닥에는 수많은 길을 내어주고 그렇게 떠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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