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참가 준비, 상반기(1~6월)의 기록
* CES 참가 전략이 아닌, CES 참가 프로세스와 부스 준비에 대한 정보를 담은 글입니다.
평화로웠던 1월의 어느 날. 갑자기 CES 독립 부스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구글링 좀 하면 적당히 나오겠지 싶어 웹 서핑을 시작했으나 안일한 생각이었음을 바로 깨달았다. 이렇게 정보가 없고 폐쇄적일 수가 있나? 브런치에 올라와 있는 몇 개의 글들이 오아시스였고, 그 외에는 특별한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 물어봐도 스타트업은 대부분 정부 지원으로 참석했다고 하고, 대기업은 연례행사로 쭉 참여하고 있어 신규 참가에 대한 조언을 받기는 어려웠다. CES 측에 문의하니 '곧 전시 부스 예약이 시작될 거다'는 정도의 원론적인 대답이 왔지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
막막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CES 경험이 있는 전문 에이전시와 해외 박람회 부스 예약 플랫폼에 각각 문의를 넣었다. 우선 전문 에이전시 M사는 부스 임차 금액의 10%를 대행 수수료로 달라고 했고,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유레카 파크'를 추천했다. 수수료도 부담스러운데 유레카 파크 역시 원하는 구역이 아니어서 애매했다.
부스 예약 플랫폼 '마이페어'는 요금제에 따라 서비스 범위가 달라 선택의 폭이 넓었고, 비용도 합리적이었다. 무엇보다 마이페어와 상담을 진행하며 많은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받을 수 있었다. 아직은 이른 시간(1월 말)이라서 대부분의 슬롯에 신청 가능하다든지, 대개 가전ꞏ게임ꞏ헬스케어ꞏ자동차 분야가 LVCC에 배정된다든지, 아주 늦어도 6월에는 시공업체를 선정해야 한다든지, 와이파이 도시락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든지 하는 것들. 덕분에 의사결정에 많은 도움이 됐고, 빠르게 결제한 후 부스 예약에 돌입했다.
부스 예약, 매뉴얼 제공, 업체(전문 파트너) 연결 등이 포함된 마이페어의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번거로운 과정들을 간소화할 수 있는 데다가 홈페이지 내 채팅창을 통해 빠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히 편리했다. 회사, 대표자, 담당자 정보와 전시 희망 카테고리, 부스 면적(제곱피트가 낯설어 몇 번이나 다시 계산했다) 등을 입력하니 예약 신청이 간단하게 끝났고, 세일즈 권한 위임서(Sales Representative Authorization) 제출까지 마쳤다. 주최 측 심사부터 확정까지의 소요 기간은 '케바케'인데, 최대 3~4개월도 걸린다고 해 최대한 느긋하게 마음을 먹으려 했다.
참고로 CES에서 2월 1일에 부스 예약 안내 메일이 왔고, 비 CTA 멤버사 기준 부스 비용은 제곱피트당 50달러($50 per square foot)였다.
3월 초, 카테고리 배정이 완료되었다는 메일(Open Sell Application Approval Status)이 왔고, 이어서 마이페어를 통해 몇 개의 부스 위치 옵션을 전달받았다. 데드라인이 있는 건 아니지만 빠르면 빠를수록 원하는 위치를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3순위까지 신속하게 결정해서 보냈다. 이틀 만에 1순위 위치를 배정받았다는 연락이 왔다. 이어 부스 인보이스(CES 2025 Exhibit Space Invoice)와 전자계약서(CES 2025 Contract)를 메일로 받았다.
CES 부스 비용 입금은 총 세 번에 걸쳐 진행됐다.
- 1차: 계약 후 1주일 내 부스 비용의 20% 지급
- 2차: 6월 1일까지 부스 비용의 40% 지급
- 3차: 9월 15일까지 부스 비용의 40% 지급
부스비 입금 후에는 마이페어에 해외송금영수증을 전달해 주최 측의 입금 확인을 받았다. 부스비 1차 입금 후 부스 시공과 항공, 숙박, 통역 예약을 위해 업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CES까지 약 8개월이 남았지만 당장 알아볼 것도 결정할 것도 많다. 마이페어를 통해 연결받은 업체와, 내가 알아본 업체의 견적을 비교하며 선택지를 좁혀나갔다. 부스 시공은 예산 상한선이 확실했기 때문에 고민할 것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예산 기준으로 목공 부스는 벽체+스크린+인포데스크+상담 테이블과 의자 정도로 구성된 최소한의 디자인이었고, 렌탈 부스는 그래도 좀 더 꾸민 느낌이 나는 디자인이었다.
시공 비용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미국으로의 운송비나 Drayage Fee 등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을 고려해야 했다. Drayage Fee라는 걸 처음 들어봐서 생소했는데, 무게에 비례해 부과되는 전시장 내 물품 반입ꞏ운송ꞏ반출 비용으로 이해했다. 마이페어에 문의하니 CES의 Drayage Fee=Material Handling 요금표를 전달해 줘서 큰 어려움 없이 비용을 추산할 수 있었다.
가장 어려웠던 건 항공권이었다. 여러 여행사에 문의했으나 인천-라스베가스 직항 항공권을 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포기하고 경유를 하기로 했다. 적당한 경유 시간과 스케줄을 고려하면 아무리 저렴해도 400만 원에 가까웠다. 그래도 직항 스트레스를 내려놓으니 마음이 한결 편했다.
숙박은 일찍 알아봐서인지 생각보다는 비싸지 않았다. 전시장까지 1km 이내인 4성급 호텔은 1박 50만 원대. 전시장과 4~5km 떨어진 4성급 호텔은 20만 원 후반, 3성급 호텔은 20만 원 중반대였다. 기본 룸에 조식 불포함이라 좀 더 저렴한 것이겠지만.
통역사 섭외에는 시간이 좀 걸렸다. CES 기간에는 통역사가 부족해 시간이 갈수록 몸값이 오르기 때문에 일찍 계약하는 것을 꺼리는 추세라고 했다. 그래도 빠르게 확정하고 싶어 처음에 받은 견적보다 비용을 더 얹어 픽스했다. 원활한 행사 운영을 위해 사전 교육 1일까지 포함해 총 5일간 3명의 통역사를 쓰기로 했다. 모두 바이링구얼에 CES 통역 경험이 있으며, 라스베가스 혹은 근처에 거주해 별도 숙박비 지급이 필요하지 않은 분들이었다. 부디 행사 때까지 다른 업체로 이동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진행해주길 바랄 뿐이다.
5월 말에는 2차 부스비를 입금했다. 이걸로 총 60%를 입금했고, 9월의 3차 입금만 남았다.
6월에는 전시대행업체와 계약을 완료했다. 기존에 함께 일을 했으면서도 CES 경험이 있는 업체로 결정했다. 회사와 미국 현지 업체 사이에서 여러 가지 조율과 대행을 해줄 분들이다.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예산 내에서 최대한 많은 옵션을 제시해줬고, 물품 운송 등 CES 참가에 대한 노하우도 많아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통역사가 바뀌는 점은 조금 걱정된다. 조율 중 (기존에 통역을 했던) 다른 기업과 계약을 한다든지, 갑자기 일정이 변동된다는지 하는 식이다. 다시 프로필을 받은 분들도 CES 통역 경험이 있지만, 기존 통역사들에 비하면 전공 등이 IT와 다소 거리가 있어 조금 아쉽다. 순 통역이 아니라 부스 스태프의 역할까지 해주실 분들이라 더 걱정이 된다. 이제는 더 이상 변동 없이 이 멤버 그대로 CES에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6월 말에는 CES에서 일정 안내 메일이 왔다. 7월 중순에는 CES 참가업체 Exhibitor 대시보드가 열리고, 8월 중순에 호텔 블록(Block) 객실을 오픈하고, 9월 중순에는 참가업체 매뉴얼을 제공한다고. 이와 함께 부스 전시품 및 물품 반입 일정(Target Freight Move-In Dates)도 공지됐다. 우리가 참여하는 관에서는 12월 29일(일), 30일(월), 2025년 1월 2일(목), 4일(토) 총 4일에 걸쳐 반입이 이루어지고, 우리 부스는 1월 2일로 배정받았다. 약 반년이 남았지만 반입 일정이 정해지니 더 실감이 난다.
이제 굵직한 것들은 대부분 확정됐다. 3분기에는 부스 관련 업무를 최대한 많이 그리고 빠르게 진행하면서 CES 혁신상(The CES Innovation Awards) 신청 관련 준비도 해야 한다. 내 인생의 첫 CES가 정말 다가오고 있구나. 어렵고 막막하지만 그래도 시작이 반이다. 남은 절반도 하나씩 해치우며 차근차근 준비해야지.
CES 준비 과정에서 참고한 글들
1. CES 공식 홈페이지
- 매뉴얼
2. 브런치
- VM컨설팅 '이형주 David Lee'님
- 섬세이(SUMSEI) '혁이창'님
- 슬립테크 스타트업 메텔(MAETEL)
- 네오팩트 'Coach Anna 안나 코치'님
3. 기타
- Pure Exhibi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