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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씨 Oct 25. 2022

나는 때로 낙심한다

“가장 큰 위협은 낙심하는 것이다. 우리가 낙심하면 일생을 두고 지속되는 저항의 공동체를 만들어 낼 수 없다.”

[벨 훅스, 당신과 나의 공동체]에서 벨 훅스는 이렇게 말한다.


벨 훅스는 그렇게 말했다지만 나는 연대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연대를 희망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오늘 하루를 똑바로 살길 바랄 뿐이다.

낙심한건가, 이건.

그렇다기보단 근거가 매우 부족하고 희박한 희망을 버렸다는 게 맞겠다.

완전한 연대란 있을 수 없고, 다만 관련 담론을 계속 생산하는 수밖에 없다는 정희진 작가님의 말씀이 요즘 자꾸 떠오른다.


그래서 쓴다. 작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고 들여다보지 않는,

아주 나지막한 소리로만 말해지는 이야기들을.

낙심하지만 절망하지는 않는 얘기를.

계속해서 아주 작은 희망이나 인류애를 피워올리려다 포기하고, 그래서 모든 걸 그만두고 싶어지지만 끝끝내 버티고 있는, 그런 왜소한 이야기를 쓴다.

여자는 서로를 돕는다거나 약자들이 힘을 모아 세상을 바꾼다는 이야기를 믿지는 못한다. 그런 이야기를 믿었다간 너무 마음이 자주 아플 것 같아서 그렇게는 안 한다. 하지만...


예수님을 생각한다

하나님의 아들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세상에 내려왔지만 사람들이 그를 너무나 미워해 십자가에 매달려 죽게까지 만든 그분을,

죽음을 경험하신 분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사랑하신, 그분을 생각한다

예수님의 그림자를 따라가고 싶지만 나는 인류애를 점점 잃어가는 것만 같다.

남편에게 밥을 차려 주다 맞아 죽은 여자를, 태어나자마자 아빠라는 사람에게 두개골이 깨진 아기를, 기계에 몸이 빨려 들어간 노동자를 생각하고

온갖 구정물 같은 생각을 머릿속에 담고, 그런 생각을 때로 입 밖 내기까지 하는 나를 생각하면

세상 사랑이 없다, 참 없다


인간은 개인으로 볼 땐 흥미롭고 아름답지만

집단이 되면 시끄럽고 더러우며 완고해진다


래서 오늘도 낙심한다

절망으로 그 낙심이 가 닿으려다

모든 걸 포기하고 엎어버리려다

그래도 끝끝내 손을 거두고야 만다


아직도 뭔가를 사랑하고 싶어서,

정말 그러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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