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운동을 완료한 사람

by 수현씨

나는 보통, 요가원 수련 가장 첫 타임인 9시 반에 운동을 간다. 불안증 상담을 받는 금요일 빼고는. 금요일엔 상담을 마친 후 11시 타임에 수련을 간다.

금요일마다 앞 타임 수련을 마친 사람들이 2층에 있는 요가원 계단을 내려오면서 11시 타임 수련받으러 올라가는 사람들-나를 포함한-과 스쳐 지나가게 되는데, 두 그룹의 얼굴이 참 다르다.


수련을 마친 사람들의 몸에선 일단 훈기가 난다. 머리는 보통 헝클어져있다. 이마나 목에선 땀이 흘러내린다. 운동복 여기저기가 땀에 젖어 얼룩덜룩하다. 정수리 부위가 유난히 많이 헝클어진 사람들이 줄지어 내려오는 날엔 머리 서기를 오늘 많이 겠군, 하며 수련 내용을 예측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너나없이 표정이 맑다. 밝다기보다, 맑다. 자세도 곧다. 운동을 하고 나면 지쳐서 어깨가 축 처져 터덜 터덜 걸을 것 같지만 아니다. 안으로 말려 있던 어깨가 곧게 펴져 단정히 걷는다.

오늘의 운동을 완료한 사람의 얼굴은 하나같이 빛이 나고 입엔 옅은 웃음기가 물려 있다. 목소리에도 힘이 있고, 발걸음도 힘차다.


반면 11시 타임 운동을 하러 계단을 올라가는 사람들의 얼굴엔 아침의 피로가 묻어 있다. 바쁜 아침을 쳐내고 어떻게든 운동 시간을 맞춰온 자 특유의 지침이 조금씩 배어 나온다. 11시 타임 수련에 오는 사람들은 이미 오전 시간에 무슨 일이든지 해치우고 오는 사람들이라 9시 반 타임의, 아침을 요가로 여는 사람들 하곤 좀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다. 수련 분위기도 다르다. 9시 반 타임엔 서로 인사도 하고, 밤새 굳은 몸을 풀려고 스트레칭을 서로 열심히 하는 분위기라면 11시 타임은 빨리 운동하고 점심시간에 맞춰 어딘가로 가야 할 사람들의 모임 같은 느낌? 아무튼 지금까지 파악한 우리 요가원의 분위기는 그랬다.


선생님께선 수련 참석한 사람들의 몸 상태에 따라 그날의 수련 내용을 정하시는데, 9시 반과 11시 수련 내용은 사뭇 다르다. 9시 반 수업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인 물이라고 해야 하나, 이미 요가원에 오래 다닌 사람들이 주류라 수련 강도가 세다. 물구나무서기 10분, 어깨 서기 10분, 복근 운동 서른 번씩 9세트는 기본이다.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후굴 자세-를 어깨가 펴질 때까지 시키신다. 오늘은 아예 후굴 자세에서 벽에 손목을 붙이고 말린 어깨가 쭉 펴질 때까지 가슴부터 온몸을 들어 올리는 걸 쉼 없이 시키셨다. 나는 너무 힘드니까 호흡을 자꾸 참아서 선생님께 집중 케어까지 받았다. '가슴 더 들어 올리고! 엉덩이 힘주고! 팔 쭉 펴고! 더 버팁니다. 셋. 둘.(빨리!! 선생님 빨리 하나!! 하나!!) 숨 한 번 더 쉬세요. (악 저 죽어요!) 자, 이제 천천히 내려옵니다.' 같은 무시무시한 특별 케어.

그런데 11시 수련엔 이런 극한의 시간이 좀 적다. 9시 반 타임엔 숨 헉헉 몰아쉬며 괴로움에 몸무림 치는 게 나 포함 몇 명 밖에 안 된다면, 11시 타임엔 조금만 수련 강도가 올라가도 낑낑 크윽 흑 헉 후욱 후욱 이런 소리를 내는 이들이 난무해서 선생님이 난이도를 좀 조절하시는 것 같다.

아무튼 9시 반 타임 수련 내용이 훨씬 힘든데, 웃기게도, 이상하게도 나는 9시 반 수련이 더 좋다. 물론 수련 내용을 잘 못 따라간다. 남들은 수월하게 해내는데 나만 못하는 동작도 많다. 그런데 잘하는 사람 등을 보며 죽자고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할 수 있는 범위가 조금 늘어 있다. 전엔 등 뒤로 팔 돌려 가부좌한 반대쪽 발가락 잡는 동작이 아예 안 됐는데 이젠 팔을 좀 더 길게 쓸 수 있게 됐는지 발가락 끝이 살짝 잡힌다.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진짜 더 이상은 못 버틸 것 같을 때, 너무 힘들어서 당장 그만두고 싶을 때 딱 한 번만 숨 더 쉬고 내려오라고, 그러면 다음번에 더 버틸 힘이 생긴다고, 극한의 순간에 숨을 한 번만 더 쉬어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렇게 한다. 나는 선생님이 시키는 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런 학생이니까. 모범생이어서가 아니라 권위자가 시키면 그걸 해야만 할 것 같은 강박 때문에 그렇게 한다. 그러니까 굳어 있던 어깨가 조금씩 열린다. 나의 강박이 때로 도움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두 다리를 곧게 못 들어 올리던 배 힘이 조금씩 자라 이젠 꽤 오래 다리를 천장으로 올리고 어깨로 서서 버틴다. 내 몸뚱이 하나에만 집중하는 한 시간이 그렇게 흘러간다. 너무 힘들어서 시야가 좁아져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이지가 않는데, 그런 시간이 참 좋다. 내 시선은 안보다 밖에 머물 때가 많으니까. 하루 중 나에게만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이 참 기껍다.


아무튼 애면글면 오늘의 운동을 완료했다. 물구나무서서 버티는 게 10초에서 15초쯤으로 늘었다. 혼자 기뻐서 웃음을 물고 요가원 계단을 힘차게 내려왔다. 바깥에 나오니 같이 수련했던 사람들이 집으로 가는 모습이 보인다.

오늘의 운동을 완료한 사람의 얼굴은 땀에 젖어있고 빛이 난다.

그 얼굴은 내 얼굴이기도 하다.

나는 그것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