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땐 언제든 방석을 대면 된다

혼자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by 수현씨

"수현 씨 허리가 아픈 이유는 허벅지 앞쪽이 너무 타이트하기 때문이에요."


요가원에서 이 동작도 안 되고 저 동작도 안 돼서 속상한 마음에 '근력이 부족해서 그런가요, 유연성이 부족해서 그런가요?'하고 여쭤봤더니 원장님께서 해주신 말씀.


내 옆모습을 거울에 비춰 보면 허벅지 앞쪽이 유난히 불룩하고 정강이는 뒤로 빠져 있다. 무릎에 힘주어 서 있는 습관이 있어서이기도 하고, 허벅지 뒷근육이 약해서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보다 유난히 허벅지 앞쪽 근육이 단단하고 불룩하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몸이 앞으로 쏠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원인을 찾자면 둘째 임신 때 체중이 100kg을 넘기면서 그 무게를 버티려 체형이 변했기 때문인 것 같다.

아무튼 딱딱하게 굳고 짧아진 허벅지 근육에 대해 짧은 상담을 한 뒤로 수련 시간마다 원장님께선 허벅지 운동을 시키신다.

방법은 이렇다.

먼저 무릎을 꿇는다.

거기서 종아리만 45도 각도로 벌려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앉는다.

종아리 근육을 밖으로 돌려 빼고 한 팔 한 팔 뒤를 짚으며 눕는다.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온몸에 힘을 뺀 뒤 5분 동안 자세를 유지한다.

글로 쓰니 복잡한데, 결국 꿇어앉은 자세에서 그대로 뒤로 눕는 것이다.


나는 눕질 못한다.

허벅지 근육이 너무 짧아서, 무릎 꿇은 채로 몸을 눕히려 하면 허벅지 앞쪽 근육이 찢어질 것 같다. 그리고 골반 근처 근육이 눌리면서 허리 한쪽이 칼로 베이는 듯 날카롭게 아프다.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뒤로 슥 눕는데 나 혼자 식은땀을 흘리며 끙, 윽, 크흑, 큭 온갖 소리를 낸다.


"육체의 고통이 얼굴에 드러나지 않도록 해 보세요. 자, 호흡."


원장님 말씀에 찌푸려진 미간을 펴고 다시 한번 안간힘을 쓰는데, 갑자기 허리 뒤 통증이 사라졌다.

원장님이 허리 뒤에 방석을 받쳐주신 거다.

작은 방석 하나 허리에 댔을 뿐인데 숨 쉬기도 한결 편하고 뒤로 몸을 젖힐 수도 있게 됐다.

원장님께선 방석을 바르게 고쳐 대 주시며 가만가만 말씀해주셨다.

"힘들면 언제든 방석을 대면 돼요. 도구의 도움을 받으세요.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을 혼자 참지 마세요. 요가는 고통을 찍어 누르며 억지로 견디는 시간이 아닙니다."


그렇구나.

남들이 하는데 왜 나는 못하지 하는 생각으로, 또는 원장님이 버티라는 시간만큼 못 버티면 나약한 거야 하는 생각으로 고통을 찍어 눌렀다.

내 몸인데.

남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살아오고 다른 무게를 견디고 다른 시간을 통과한 내 몸인데.

나는 요가원에서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눈치를 보고 다른 사람 몸과 내 몸을 비교했다.

잘하고 싶어서, 동작을 오래 유지하고 싶어서, 남들 보기에 번듯하게 아사나를 해내고 싶어서 여기서도 애를 쓴다. 마음이 애를 쓰니 몸이 힘들 수밖에. 마음을 따라가지 못해 수련시간마다 몸이 고생이다.


너무 힘들 땐 방석을 쓰면 된다. 못 견디게 아프면 블럭에 의지해 자세를 잡아도 된다. 숨이 안 쉬어지면 남들보다 먼저 내려와 호흡을 먼저 찾아야 한다.


그러니까, 애를 좀, 그만 쓰고 싶다.

남들과 다른 게 당연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범위 안에서 몸과 마음을 쓰고 싶다. 아직도 그 경계를 잘 못 짚어 혼자 숨을 헐떡이곤 한다. 하지만 요가원에서만큼은 내 몸이 견딜 수 있는 만큼이 어느 정도인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그리고, 너무 힘들면 방석을 대면 된다. 언제든지 힘들 땐 방석을 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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