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참 이상하다.
방금까지 내 옆에서, 나를 괴롭게 하고 즐겁게 하고 울리고 웃기고 미치게 하고 숨 쉬게 하던 사람이 없어지는 것이다. 원래부터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죽은 사람의 빈자리는 밀물이 밀려와 채우듯 없어지고, 때로는 썰물에 쓸려가 드러난다.
나는 숨이 끊어진 지 며칠 된 시체를 처음 보았다.
안 그래도 거구였던 사람이었는데, 몸이 더욱 부풀어ㅡ옛날 관우가 그랬다던가?ㅡ 8척 장신처럼 보였다. 분명 머리카락은 내가 알던 사람의 것이 맞는데 머리카락이 달려있는 그 사람의 얼굴은 쟁반만 하고 울룩불룩하고 시커멓다. 저 사람은 지금 여기에 없구나, 하는 것을 단박에 알게 된다.
육체란 대체 뭔지.
오랫동안 당뇨로 결석으로 고생했던 그 몸, 어떻게든 자식을 건사하고 삶을 일구어내려고 고군분투했던 그 몸이 이제는 삼베에 꽁꽁 묶여 있었다.
며느리를 호령하고 삼시세끼 한식밥상을 차려내게 하고 이제는 60이 넘은 자식들을 벌벌 떨게 했던 냉정함, 잔인함, 날카로운 성정도 누런 삼베에 꽁꽁 묶였다.
일 년에 12번이 넘는 제사에 제문을 매 번 썼던 그 필체도 이제는 없다.
우리 외할머니는 돌아가시자마자 화장터로 사라졌는데, 이 사람은 선산이 있어 가장 비싼 삼베옷을 입고 금장이 된 두꺼운 관에 들어가 수십 명의 일꾼들을 대동하여 커다란 봉분까지 세운 곳에 묻힌다.
무덤 앞 비석에는 자식들 이름을 줄줄이 새겨뒀는데, 순서는 이러하다.
세 아들들.
아들의 며느리.
손자, 그중에서도 장손.
손녀들.
손녀 밑에 본인 딸의 이름이 있다.
대리석인지 화강암인지 번쩍번쩍하고 두꺼운 돌에
그런 순서로 이름이 박제되어 있다.
죽음에도 삶에도 급이 나뉘는구나.
죽음은 평등한 줄 알았던 나의 순진함에 웃음이 난다.
며느리와 손녀들은 일꾼들 밥을 나르고
아들들은 퍼질러 앉아
아이들에게 막걸리 심부름을 시킨다.
이 모든 일들이 사흘동안 벌어진다.
앞으로 몇 번은 더 겪어야 할 일일 것이다.
91세의 할아버지를 묻고 돌아와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