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현씨 Jan 01. 2024

아줌마, 쥐뿔도 모르면서 운전하지 마요

자동차 정기 검사를 받으러 갔다.


운전은 하고 다니지만 자동차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아줌마’취급을 받고 싶지 않아서 기름도 채워 넣고, 엔진오일도 갈고 갔다. 심지어 정기 검사 예약 시간보다 20분이나 먼저 도착했다. 접수처에 가니, 예약 시간보다 먼저 도착한 사람은 비예약 라인으로 가서 먼저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한다. 그래서 비예약 대기 라인에 서서 두리번거리며 기다렸지만 아무도 없기에 잠시 핸드폰을 만지려고 꺼냈다.

폰을 꺼내자마자 뒤에서 트럭이 빵! 하고 날카롭게 경적을 울린다. 어느새 검사소에서 직원이 나와 빨리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다. 허둥지둥 검사소로 들어가 검사 라인에 차를 세웠다. 직원이 차 안에 키를 두고, 파킹하고 나와서 열 체크 하고 방문자 목록에 이름 쓰고 황색 실선을 따라 고객 대기실로 가라고 한다. 나는 최대한 그가 시킨 일을 실수하지 않고 빠르게 처리하려 가방을 챙기고, 기어를 P에 맞추어두고, 내려서 열 체크를 하고, 방문자 목록에 이름을 쓰고, 황색 실선을 따라 고객 대기실로 갔다. 그 때 뒤에서 부르는 소리.


“차키요! 차키!”


빨리 나오려다가 차키가 든 가방을 들고 나온 거다. 황급히 차키를 다시 갖다 놓으며 “죄송해요.”라고 말해보지만 직원은 짜증난 듯한 얼굴로 대꾸도 않는다. 나는 더욱 긴장하며 얼른 시킨 대로 황색 실선을 따라 고객 대기실에 가서 앉았다.


수 분이 흐른 후, 직원이 내 차 번호를 부르며 검사가 완료되었다고 한다.


“브레이크 패드가 말을 듣지 않아요. 사이드 브레이크요. 이러면 경사로에서 브레이크 채워 놔도 뒤로 밀릴 수 있어요. 그리고 번호판에 들어오는 조명이 아예 나갔어요. 이거 보고 누가 신고하면 바로 과태료 내야 됩니다. 후미등도 2개가 나갔고요. 선이 탔나봐요. 모르셨어요?”


아…….


결국엔 그 눈빛을 받고 말았다.

 ‘자동차에 대해 쥐뿔도 모르면서 운전하고 다니네, 이 아줌마’하는 눈빛.

뭐라고 더 물어 보고 싶은데 귀찮다는 듯 짜증난 얼굴로 손을 휙휙 저어 앞으로 가라고 한다.


중고로 사서 10년 넘게 탄 스포티지는 수시로 말썽을 일으켜서 정비소에 가야하는데, 갈 때마다 정비사의 여자를 대하는, 특히 <아줌마>를 대하는 특유의 눈빛을 받곤 한다.


차가 노후화되어 자꾸 이상한 소리가 나는데 혼자 정비공장에 가서 말해도 될지(정비공장에 혼자 가면 꼭 이런 말을 듣는다 - 아줌마, 그건 차를 몰라서 하는 소리예요), 회전교차로에서 내가 먼저 돌고 있는데 앞으로 확 끼어들면서 빵 ㅡ 하고 경적을 울리는 차주에게 화를 내도 될지, 운전경력 10년 차라 평행주차는 껌인데 자꾸 나에게 주차를 가르치려드는 동네 주민에게 걍 알아서 하게 냅두라고 어떻게 말할지. 순발력있게, 그러면서도 상대를 기분나쁘지 않게 대처해야만 하는 운전 일이 나를 피로하게 한다. 이 시골에서 차를 안 끌고는 애 병원도 못 데리고 다니는데.

이런 피로를 배우자에게 토로하면 “뭐 그런 걸 일일이 신경 쓰고 그래? 걍 신경 꺼.”라고 말한다(배우자는 정말 그런 부분에 신경을 끌 수 있는 사람이다).


그게 되면, 그렇게 했지. 짜샤.


결국 덜덜거리는 스포티지를 몰고 정비소로 향했다. 익숙한 경멸의 눈빛을 견디며 선이 탄 후미등을 갈고 브레이크 패드를 바꾸고 번호판 조명을 넣었다. 조금 멀끔해진 차를 다시 몰고 집으로 오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는 이유가 내가 나이 여성이고, 낡은 국산 차를 몰아서 그런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나는 아마 여자일거고, 나이는 줄어들지 않을 거고, 제네시스g90같은건 몰지 않을 테니까.  삶에서 변하지않는 부분이 멸시의 이유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자세한 설명과 배려, 그리고 친절한 차 수리 기사님. 다른 무엇보다 이 세 가지가 절실한 요즘이다.


그리고 나도.

집앞 주차라인에 늘 이상한 각도로 차를 대 놓는 초보운전 표시가 있는 차를 보고 아오, 이런 씨, 같은 말 내뱉던거.

그만해봐야겠다.


새해엔, 아줌마들이 차 몰고 나가는 일이 도전이 아니라 너무나 일상스러운 것이 되었으면.

이전 09화 그립톡 모르는 중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