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기 전까지는 아무도 몰랐다

내가 나를 오해하고 있었다_(세번째 이야기)

by 국박사

이 글은 제가 2025년 6월 출간한 『내가 나를 오해하고 있었다』의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연재의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당신은 무너지기 직전까지 "나는 괜찮아"라고 말한 적이 있나요?

나도 그랬다. 사실 나는 무너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나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겉으로는 모든 게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성과는 나왔고, 사람들은 나를 인정했고, 커리어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 누가 봐도 '잘 나가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속은 텅 비어 있었다.



성공했지만 행복하지 않은 이유


회사에서 나는 '해내는 사람'이었다. 어려운 프로젝트를 맡기면 완수했고, 위기 상황에서는 해결책을 찾아냈고, 팀을 이끌면 성과를 만들어냈다.

사장은 나를 믿었고, 동료들은 나를 의지했고, 후배들은 나를 롤모델로 삼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성과를 낼 때마다 기쁨보다는 '다음엔 뭘 해야 하지'라는 불안이 먼저 왔다. 칭찬을 들어도 '이 정도로는 부족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밤에 잠자리에 누우면 공허함이 밀려왔다. '나는 뭐 하는 거지? 이게 내가 원하던 삶이었나?'

하지만 아침이 되면 그 질문은 묻혔다. 다시 회사에 가고, 다시 일했고, 다시 성과를 냈다. 그렇게 질문은 반복됐지만 답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성공이라는 덫에 걸려 있었다. 성과를 내면 낼수록 더 큰 성과가 요구됐고,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더 높은 곳을 향해 달려야 했다.

멈추면 떨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쉬지 않고 달렸다.



균열은 타인에게 보이지 않는다


나는 무너지고 있었지만 아무도 몰랐다.

동료들은 내가 여전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상사는 내가 믿음직하다고 믿었고, 후배들은 내가 강하다고 여겼다.

심지어 가족도 몰랐다. 아내는 가끔 "괜찮아?"라고 물었지만 나는 늘 "응, 괜찮아"라고 대답했다.

정말 괜찮다고 믿었다. 아니, 괜찮아야 한다고 믿었다.

균열은 서서히 왔다.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진 게 아니었다. 작은 금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고, 그 금은 점점 커졌지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다.

밤에 잠을 못 자기 시작했다. 두통이 잦아졌다. 소화가 안 됐다. 작은 일에도 과도하게 예민해졌다.

하지만 나는 이런 신호들을 무시했다. '이 정도는 괜찮아. 조금만 버티면 돼.'

신체는 신호를 보냈지만, 나는 듣지 않았다.



집이 전쟁터가 되다


회사에서 참은 감정은 집에서 폭발했다. 아내와의 대화는 점점 날카로워졌고, 아이들 앞에서 화를 내는 일이 잦아졌다.

어느 날 아내가 물었다.

"당신, 요즘 왜 그래? 집에만 오면 화내고 예민해지고. 무슨 일 있어?"

나는 대답했다.

"아무 일도 없어. 피곤해서 그래."

거짓말이었다. 일은 많았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나는 내가 왜 화나는지, 왜 예민해지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사실은 나도 몰랐다.

아내는 점점 지쳐갔다. 대화는 줄어들었고, 함께 있어도 각자의 공간에만 머물렀다. 집은 더 이상 쉬는 곳이 아니었다.

나는 회사에서 전쟁을 치르고, 집에 와서 또 다른 전쟁을 치렀다.



무너지는 순간


어느 날,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려는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머리는 깨질 듯 아팠고, 온몸이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병원에 갔다. 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말했다.

"과로입니다. 스트레스가 심하시네요. 많이 쉬셔야 해요."

나는 화가 났다. '쉬라고? 지금 쉴 상황이야?'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몸이 강제로 나를 멈춰 세웠다.

회사에 연락했다. "며칠 쉬겠습니다."

그 며칠이 일주일이 됐고, 일주일이 한 달이 됐다.

처음으로 긴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처음엔 불안했다. '지금 회사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갈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깨달았다.

회사는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갔다.

내가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믿었는데, 사실은 내가 없어도 누군가 그 자리를 채웠다.

그 사실이 처음엔 슬펐다. 하지만 곧 해방감이 들었다.

'나는 대체 가능한 사람이구나. 그럼 왜 나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였을까?'



관계가 무너지며 보인 진실


몸이 회복되는 동안, 관계는 더 망가졌다.

아내와의 대화는 거의 없었다. 아이들은 나를 피했다. 집 안의 공기는 무겁고 차가웠다.

어느 날 아내가 말했다.

"당신, 정말 괜찮은 거 맞아? 나는 당신이 무너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부정했다.

"나는 괜찮아. 그냥 좀 피곤했을 뿐이야."

아내는 한숨을 쉬었다.

"당신은 늘 괜찮다고만 하잖아. 그런데 당신 모습을 보면 괜찮지 않아. 회사에서 인정받는 것만 중요한 거야? 가족은?"

그 말이 가슴에 박혔다.

나는 가족을 위해 일한다고 믿었다.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더 많이 벌려고, 더 안정적인 미래를 준비하려고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핑계였다.

나는 가족을 위해 일한 게 아니었다. 나는 인정받기 위해 일했다. 회사에서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능력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 가족을 희생했다.

그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나는 무너졌다.



텅 빈 성공의 정체


돌이켜보니 나는 성공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성과는 있었지만 만족은 없었다. 칭찬은 들었지만 평온은 없었다. 올라갔지만 채워지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나는 타인의 기준으로 나를 평가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 남들이 인정하는 것을 좇았다. 내가 행복한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만 중요했다.

그래서 성공해도 불안했고, 성취해도 공허했고, 인정받아도 만족하지 못했다.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 남들이 기대하는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다.



무너진 후에야 보이는 것들


무너지고 나서야 보였다.

나는 나를 학대하며 살았다는 것.

나는 가족을 희생하며 살았다는 것.

나는 인정에 중독되어 살았다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깨달음.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

나는 성과를 낸 나만 인정했다. 실수한 나, 약한 나, 힘든 나는 부정했다. 완벽한 나만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늘 가면을 썼고, 늘 역할을 연기했고, 늘 진짜 나를 숨겼다.

하지만 가면은 오래 쓸 수 없다. 언젠가는 벗겨진다. 그리고 가면이 벗겨졌을 때, 그 아래 진짜 나는 너무 상처투성이였다.


무너지는 건 두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필요한 일이었다.

무너지지 않았다면 나는 계속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나를 학대하고, 가족을 희생하고, 인정에 매달리며.

무너졌기 때문에 나는 멈출 수 있었다. 돌아볼 수 있었다. 질문할 수 있었다.

'나는 정말 이렇게 살고 싶은가?'

그 질문이 변화의 시작이었다.


다음 회에서는 '내가 나에게 허락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실망시켜도 괜찮다는 허락, 감정을 인정하는 용기, 그리고 이해받고 싶다는 솔직한 마음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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