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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Oct 24. 2023

39. 나는 직업이 네 개입니다

강의할 때 나는 직업이 네 개라고 소개한다. 강.유.배.경을 화면에 띄워놓고 궁금증을 유발한다. 처음엔 강.이.배.경이었고 2022년부터 하나를 바꿨다.      


페이스북을 시작하면서 하나의 원칙을 세웠다. ‘매일 한 개의 게시물을 꼭 올리자’였다. 아이들과의 이야기, 강의 활동, 연극, 회사 이야기 등 많은 게시물을 올렸다. 많은 활동을 해서 그런지 많은 사람이 ‘너는 도대체 뭐 하는 놈이냐?’, ‘너는 직업이 도대체 몇 개냐?’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때 페이스북 친구 중 한 사람이 내 직업을 네 개로 정의해 줬다. 그게 바로 강.이.배.경이다.      


우선 강으로 시작하는 직업이 뭐가 있을까? 그렇다. 바로 강사다. 강의 갈 때마다 사진과 글을 올렸다. 강의 소개할 때 강으로 시작하는 직업을 물어보면 한 번에 맞춰버린다.     

 

하지만, 두 번째 이로 시작하는 직업에서 막힌다. 이발사, 이장님 등의 대답이 나오는데, 그건 아니다. 사실 이건 직업으로 생각하면 맞출 수 없다. 이는 이상한 아빠의 줄임말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 함께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어떨 땐 내가 더 아이 같은 장면들이 많았다. 가르마를 2대 8로 타기도 하고, 머리를 고무줄로 묶기도 하고, 마트에서 가면을 쓰고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 모습들이 나를 이상한 아빠로 만들었다.      

배로 시작하는 직업은 뭐가 있을까? 이것도 어렵지 않게 답이 나온다. 단, 설마 하는 마음에 대답하길 망설인다. 바로 배우이기 때문이다. 배우라는 직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설마 하는 것이다. 나는 ‘극단 밀양’이라는 직업인들로 구성된 극단에 속해 있다. 시민 배우로 공연도 했고, 뮤지컬 공연도 몇 번 참여했다. 사진을 보여주며 공연을 했다고 말하면 그때부터 ‘오호’ 하는 탄성과 함께 청중들의 눈빛이 반짝인다. 

     

마지막으로 경으로 시작하는 직업을 물으면 망설임 없이 답이 나온다. 그렇다. 경찰이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정식으로 소개를 한다. 소개가 끝나면 사람들은 나와 내 강의에 관심을 나타낸다.      

소개가 강.유.배.경으로 바꾼 이유가 궁금할 거다. 이상한 아빠가 빠지고 유로 시작하는 직업이 들어갔다. 유로 시작하는 직업이 뭐가 있을까? 대부분 맞추지 못한다. 유도 선수가 가장 많이 나오고 유부남이 나올 땐 웃음이 터져 나온다. 유는 유튜버다. 2022년부터 ‘사이버 범죄 파헤치기’라는 채널로 유튜브를 시작했다. 유튜버는 실제 직업이기 때문에 네 개의 직업이 완성된 것이다.      


이 매거진의 제목이 ‘나는 직업이 네 개입니다.’다. 내가 이뤄온 것들과 앞으로도 이뤄야 할 것들이 이 제목 안에 담겨 있다. 직업을 더 늘릴 수도 있고 네 개의 직업이 다른 것으로 바뀔 수도 있다. 작가를 포함 시키고 싶다. 그러면 강.유.경.작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우스운 고민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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