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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Oct 30. 2023

40. 진주 논개로부터의 초대

2013년도에 부산경찰, 고양시 등이 페이스북 홍보로 유명세를 타면서 페이스북 홍보에 발을 들이는 관공서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고양시는 지명을 활용한 고양이 캐릭터를 내세워 "~냐옹, ~다옹"등 고양이어투로 친근하게 다가가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관공서들은 딱딱하고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이미지였기에 이를 탈피하기 위해 캐릭터를 이용해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시도했고 이것은 꽤 효과가 있었다. 경남 진주시청도 진주의 상징인 '논개'를 페이스북 캐릭터로 내세웠다. 나도 밀양경찰서 페이스북을 운영하면서 용을 상징하는 '미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렇게 활동하며 진주 '논개'와는 페이스북으로 알게 되었다. 서로의 게시물이 올라오면 '좋아요'를 눌러주는 공생 관계를 이어오던 2015년 어느 날 진주 ‘논개’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페이스북 잘 보고 있어요", "네 안녕하세요 저도 잘 보고 있습니다", "갑자기 연락드려서 놀라셨죠? 다름이 아니고, 저희 진주시에 SNS 서포터스가 있는데 그분들 대상으로 SNS활용 강의를 좀 해주실 수 있나 해서요". 아마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SNS홍보' 강의를 한다는 것을 알았던 것 같다. 그런데 검증도 안된 나에게 의뢰를 한 것은 상당히 놀라웠지만,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바로  승낙했다.   

   

호기롭게 승낙하긴 했는데 강의 자료를 어떻게 구상해야 할지 걱정되었다. 강의 자료를 만들기 전에 늘 고민하는 것들이 있다. 강의 대상은 어떤 사람들인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동안 경찰서 홍보 담당자들에게 강의했던 내용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어떤 내용으로 채워가야 할지 구상했다. 강의 의뢰인인 진주 시청의 홍보 내용 중 반응이 좋았던 것들도 몇 개 집어넣었다. 일종의 서비스인 셈이다. 강사는 이런 사소한 것들까지 신경 써야 더 좋은 평을 받을 수 있다. SNS서포터스들 대상으로 해야 할 강의안 구성은 조심스러웠다. 어쩌면 그들이 나보다 SNS에 대한 지식이 더 많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상식보다는 그들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홍보 부분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떤 시간에 게시물을 올려야 더 많이 노출될 수 있을지. 어떤 게시물을 올려야 반응이 좋은지. 어떤 것을 올리지 말아야 할지'      


일반인을 상대로 강의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긴장됐지만, 설렘이 더 컸다. 소풍 가는 날을 기다리는 것처럼 시간이 느리게 흘렀지만 그날은 왔다. 강의 장소는 진주의 한 대학교였다. 진주까지 1시간 10분 정도 걸리는데 혹시 차라도 밀릴까 싶어 2시간 전 집을 나섰다. 다행히 차는 밀리지 않았고 40분 일찍 강의장에 도착했다. 강의실에는 벌써부터 5명 정도의 사람들이 앉아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진주 '논개'가 나를 알아보고 자신을 소개했다. 캐릭터에 가려있던 그녀를 실제로 만나는 것이 신기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강의 자료를 컴퓨터에 깔고 나니 시간이 남아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긴장된 마음을 다스렸다. 10분 정도 지나자 15명 정도의 사람들로 자리가 채워졌다. 면면을 보니 서포터스라서 그런지 활기가 넘쳐 보였고, 눈빛엔 기대감이 가득했다. 그 눈빛들이 부담스러웠지만 '나는 잘할 수 있다.'라고 맘속으로 외치며 강단에 올랐다. 잘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진주시 홍보 과장님도 강의를 듣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나를 불러준 담당자를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야 했다. 강의 시작 5분 만에 걱정은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렸다. 서포터스들이라 그런지 호응이 상당히 좋았고, 그 반응에 작두를 탄 것처럼 강의장안을 신나게 휘저었다.  


1시간이 빛처럼 쏜쌀같이 지나갔다. 더 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그 정도 반응 좋은 청중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이나 있을까?' 강의 후 모두 함께 근처 식당으로 이동했다. 진주 시청에서 점심식사를 준비했고 서포터스들과 함께 밥을 먹었다. 나는 담당 과장님 옆자리에 앉았다. 부담스러워 밥이 넘어갈까 싶었는데 강의에 대한 칭찬에 밥맛이 꿀맛이었다. 과장님이 '강사님'하고 높여 부를 때는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도 했다. 무엇보다 진주 '논개'에게 은혜를 갚은 것 같아 다행이었다.     


서포터스들 모두와 페이스북 친구를 맺었다. 그리고 그들의 활동을 지켜봤다. 그들은 내가 알려준 것들을 활용해 가며 열심히 진주시청 페이스북과 진주시를 홍보했다. 뿌듯했다. 강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강의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강의하고 나면 더 힘이 난다. 13년째 강의하고 있지만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은 아직 한 번도 없다.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도움 되는 강의를 계속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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