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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Jul 15. 2024

29. 장난인데 왜 그래?

어느 태권도 관장이 5세 아이를 중태에 빠트렸다는 뉴스를 봤다. 그런데 그가 한 말은 "죄송합니다"가 아닌 "장난이었습니다"이다. '장난'이라는 단어가 모든 것을 용서해 줄 거라 믿는 이들이 참 많다. 특히 학교 폭력 현장에서 "장난이었을 뿐이에요"라는 말이 가장 많이 나온다.

'장난'이란 의미는 정확히 무엇일까? '장난'은 재미로 하는 짓궂은 행위라고 표기되어 있다. 그럼 여기서 말하는 재미는 장난을 행하는 이와 당하는 이 누구의 감정일까? 대부분 장난을 행하는 이의 감정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진짜 장난은 두 사람 모두가 즐거워야 한다. 한쪽이 힘들어하거나 싫어한다면 그건 장난이 아니다.


그들은 "장난이었어요"라는 말을 왜 쓰는 걸까? 첫 번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싫은 마음을 '장난'이란 단어로 포장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아예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경우이다. 그들은 그것이 진짜로 장난이라고 생각해 왔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죄책감이 없는 경우가 많다. '겨우 장난친 거 가지고 나한테 왜 이러지?'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그 정도도 못 견디는 상대방을 더 이상하게 바라본다.


그런 그들은 본인들이 똑같은 장난을 당하게 되면 상당히 싫어한다. 그들에게 있어 장난의 의미는 힘 있는 사람이 힘없는 사람을 가지고 노는 것이다. 그러니 정당하다. 그러다 사고가 터지면 "장난이었을 뿐입니다"라고 말한다. 진정한 사과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장난'은 또 다른 특징이 있다. 점점 강도가 심해진다는 것이다. 처음보다 상대의 반응이 약하다 생각해 시시함을 느낀 이들은 점점 강도를 높여가고 상대가 괴로워하거나 당황해하는 것을 즐긴다. 그러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사고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재미를 느끼는 '장난'은 결코 '장난'이라고 볼 수 없다. 내가 아프면 남도 당연히 아프다. 내가 아프지 않다고 해도 남은 아플 수 있다. 그러니 상대가 힘들어한다면 더 이상 그것을 '장난'으로 포장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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