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대는 4조 2교대 근무를 한다. 4조 2교대는 주간(9시~19시), 다음 날 야간(19시~익일 09시), 휴무, 비번으로 이틀 근무하고 이틀 쉬는 구조다. 경찰서 근무할 때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출퇴근하고 주말 이틀 쉬었다. 지구대로 발령받고 나니 시간 여유가 많아졌다.
야간 근무 때문에 체력관리가 필요하다 생각되었다.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이 헬스, 자전거, 수영, 달리기 등이었는데 모두 지루해서 싫어하는 운동이다. 그리고 대부분 한 번씩은 접해본 운동이다. 제대로 해보기도 전에 포기하긴 했지만. 헬스는 1년 치를 끊어놓고 한 달도 채 못 다녔다. 수영도 기초만 배우다가 그만뒀다. 야심 차게 산 비싼 자전거는 현재 창고에서 썩고 있다.
혼자 하는 운동은 너무 지루하다. 운동 효과도 더디게 나타나서 재미도 없다. 그래서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말이 나왔나 보다. 나는 늘 자신과의 싸움에서 졌다. 그런데 이번엔 건강과 관련된 문제라서 다시 한번 싸워보려 했다. 물론 시작도 전에 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같이 일하는 후배 중 헬스에 미친 순경이 있었다. 하루에 운동을 두 번 할 정도로 헬스 중독이었다.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내가 운동을 좀 하려고 하는데 혹시 부위별 운동방법 좀 알려줄 수 있을까?" 그 녀석은 바로 알겠다고 하더니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막 두드리기 시작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3장짜리 헬스 매뉴얼을 내놓았다. 가슴, 등, 어깨, 다리, 팔 운동 순으로 헬스 기구 명칭과 운동 방법, 드는 개수 등이 적혀있었다. 경이로웠다.
야간근무 다음 날 잠을 잔 후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의 헬스장을 찾았다. 새로 생긴 곳이라 시설은 깨끗했고 사람은 별로 없었다. 간단한 상담 후 6개월치를 바로 결제했다. 이번엔 뭔가 다를 것 같아 망설이지 않았다. 바로 운동을 시작했다. 그 녀석이 써준 용지를 보며 두 파트로 나눠 운동키로 했다. 하루는 가슴, 등 운동 또 하루는 어깨, 팔다리운동. 적어준 순서대로 3세트씩 운동하기 시작했다. 순서대로 운동하니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보통은 30분 정도 흐르면 지겨워지는데 지겨움을 느낄 틈도 없었다.
방법과 순서를 아니 운동이 꽤 재미있었다. 무게를 조금씩 늘려가는 것도 재미있었다. 게임에서 업그레이드하는 기분이었다. 2달 정도 지나자 가슴이 살짝 튀어나와 보였고 3달 정도 지나자 팔뚝이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것이 보였다. 몸이 달라지자 운동의욕이 더 불타올랐다. 몸도 몸이지만 내가 3달째 꾸준히 다니고 있다는 것이 더 놀라웠고 즐거웠다. 그동안 그토록 쉽게 포기했던 것을 유지하는 기쁨은 그것을 놓치고 싶지 않게 만들었다. 쉬고 싶은 맘이 생길 때도 많았지만 내 몸은 벌써 움직이고 있었다. 습관이 생긴 것이다.
습관이 생기니 '갈까 말까'하는 고민도 줄었다. 만들어버린 근육이 줄어드는 것도 싫었다. 운동을 하지 않는 날은 찝찝하기까지 했다. 내가 무언갈 이렇게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동안 왜 못했을까 생각해 보다가 이번이 다른 이유를 알았다.
먼저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가 달랐다. 이전엔 딱히 해야 할 이유가 없었지만 건강이라는 이유가 생겼다. 그리고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마지막으로 운동 방법과 순서를 알고 들이댔다는 점이다. 그전엔 막무가내 식으로 운동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니 아무런 변화도 생기지 않은 것이다. 변화가 없으니 재미도 없고 나완 맞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모든 변화에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노력하는데 변화가 없다면 방법을 바꿔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시간도 중요하다.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그러다 찾아오는 순간을 즐기면 된다. 운동 습관은 마음가짐도 다르게 만들었다. 좋은 습관은 좋은 마음가짐도 함께 가질 수 있게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