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민 Aug 06. 2024

51. 그냥 지들이 알아서 컸어요

최근 자녀와의 다툼에 관한 신고가 많이 늘었다. 내용도 대부분 비슷하다. 부모의 일방적인 지시와 자녀의 반항. 그들 간의 대화에는 타협점이 없다. 늘 같은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지쳐있는 상태였다.

나에게도 딸, 아들 두 명의 자녀가 있다. 고2, 중2로 세 살 터울이고 감사하게도 잘 성장해주고 있다. 한 번은 두 녀석 선생님 모두에게 같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떻게 하면 oo 이처럼 키울 수 있나요? 녀석들이 그만큼 잘 커줬다는 말이었고 뿌듯했다. 주변에서도 한 번씩 비슷한 질문을 한다. 그럴 때마다 난 "그냥 지들이 알아서 컸어요, 전 별로 한 게 없어요"라고 말했다. 장난처럼 들리겠지만 사실이다.


가수 이적의 3형제는 모두 서울대를 나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적의 어머니는 주변에서 수시로 자녀들을 어떻게 키우셨냐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때마다 그녀는 "전 별로 한 게 없어요. 지들이 알아서 컸어요"라고 답했다. 단, 그녀는 자녀들을 양육하면서 자신도 함께 공부했다. 자녀들은 어머니가 공부하니 알아서 공부했고 그녀는 그저 그들이 나아갈 방향만 제시했을 뿐이다.


부모와 자녀간 다툼의 가장 큰 이유는 자녀를 독립적인 개체로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 그들의 행동을 통제하려 하고 그것이 자녀에게 오히려 짐이 되는 것이다. 자녀는 그런 부모가 이해되지 않는다. 부모도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반항하는 자녀가 이해되지 않는다. 그들은 부모에게 절대적인 효도를 강요받으면서 자란 세대이기 때문에 자녀의 반항은 용납할 수 없다.


시대가 많이 변했고 자녀들은 이전보다 아는 것이 많아졌다. 그들은 하나의 독립적인 개체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냥 지들이 알아서 컸다.'라는 말은 방치와는 다른 개념이다. 지켜봐 주고 그들을 믿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계속 싸워도 어차피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 한 번 바꿔보는 것이 어떨까?

매거진의 이전글 49. 좋은 아이디어는 왜 꼭 이럴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