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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Aug 22. 2024

67. 시간의 흐름은 빨라진다

10대 때 시간의 흐름이 가장 느리게 느껴졌다. 어른이 되어 자유롭고 싶은데 어찌나 시간이 안 가는지 이대로 계속 머물러 있을 것만 같아 두려웠다. 의미도 모른 채 공부해야 했고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친구들과 축구나 농구할 때만 잠시 해방의 기운을 느낄 뿐이었다.


20대 때 시간의 흐름은 잠시 빨라졌다가 다시 느려졌다. 대학생이 된 후 잠시 해방의 기운을 만끽했다. 어른이 된 것처럼 술을 마시고 미팅을 하고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기도 했다. 밤새 놀아도 피곤하지 않았고 부모님의 간섭도 줄어 이 세상이 천국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취업에 대한 압박에 짓눌렸고 진짜 어른을 향한 여정에 올라탔다. 취직하고 돈을 벌자 젊은 혈기에 술과 유흥에 빠져 신나게 놀았다. 세상 걱정은 남일 같았고 젊음이 계속 지속될 거라는 착각에 아무 걱정 없이 살았다.


30대 때 시간의 흐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결혼해서 가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뭘 하는지도 모른 채 시간이 쑥쑥 지나갔다. 이 아이들을 언제 다 키우나 싶었지만 금세 시간이 흘러 '이 아이들이 더 이상 크지 않았으면'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직장에서도 미래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집, 가족, 부모님, 직장 등 내 어깨에 돌이 하나씩 얹히기 시작했다.


40대 때 시간의 흐름은 타임머신 수준으로 변했다. 아이들은 금세 자라 품 안을 벗어날 준비를 하고 있고, 바쁘지도 않은 거 같은데 늘 시간이 부족했다. 10대 때 억지로 하던 공부를 40대가 되어서 다시 시작했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아졌다. 노안, 관절, 소화 불량 등 아픈 곳이 늘어나기 시작하고 건강에 대해 신경 쓸 나이가 되었다. 챙겨야 될 것이 더 늘어나 하나씩 쳐내다 보니 벌써 50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동안 뭘 하며 살았나' 후회하며 남은 생이라도 더 열심히 살아야지라며 의욕을 불태운다. 열심히 살아왔음에도 부족하다 느끼는 것은 시간의 흐름이 빨라졌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마 50대의 시간은 여태까지 흘렀던 것보다 훨씬 빠르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잡고 싶다. 하루를 후회 없이 보내고 싶지만 밤이 되면 아쉬워진다. 50의 경계는 남은 시간이 지나온 시간보다 많지 않다. 그렇기에 더 소중하다. 시간의 흐름은 듣는다고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직접 겪어보면 알게 된다. 단, 그 시간을 얼마나 가치 있게 보낼지는 내 선택에 달려있다.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얼마든지 지출할 의향이 있다. 그만큼 시간은 돌릴 수 없는 것이기에 지금을 소중히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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