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때 시간의 흐름이 가장 느리게 느껴졌다. 어른이 되어 자유롭고 싶은데 어찌나 시간이 안 가는지 이대로 계속 머물러 있을 것만 같아 두려웠다. 의미도 모른 채 공부해야 했고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친구들과 축구나 농구할 때만 잠시 해방의 기운을 느낄 뿐이었다.
20대 때 시간의 흐름은 잠시 빨라졌다가 다시 느려졌다. 대학생이 된 후 잠시 해방의 기운을 만끽했다. 어른이 된 것처럼 술을 마시고 미팅을 하고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기도 했다. 밤새 놀아도 피곤하지 않았고 부모님의 간섭도 줄어 이 세상이 천국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취업에 대한 압박에 짓눌렸고 진짜 어른을 향한 여정에 올라탔다. 취직하고 돈을 벌자 젊은 혈기에 술과 유흥에 빠져 신나게 놀았다. 세상 걱정은 남일 같았고 이 젊음이 계속 지속될 거라는 착각에 아무 걱정 없이 살았다.
30대 때 시간의 흐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결혼해서 가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뭘 하는지도 모른 채 시간이 쑥쑥 지나갔다. 이 아이들을 언제 다 키우나 싶었지만 금세 시간이 흘러 '이 아이들이 더 이상 크지 않았으면'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직장에서도 미래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집, 가족, 부모님, 직장 등 내 어깨에 돌이 하나씩 얹히기 시작했다.
40대 때 시간의 흐름은 타임머신 수준으로 변했다. 아이들은 금세 자라 품 안을 벗어날 준비를 하고 있고, 바쁘지도 않은 거 같은데 늘 시간이 부족했다. 10대 때 억지로 하던 공부를 40대가 되어서 다시 시작했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아졌다. 노안, 관절, 소화 불량 등 아픈 곳이 늘어나기 시작하고 건강에 대해 신경 쓸 나이가 되었다. 챙겨야 될 것이 더 늘어나 하나씩 쳐내다 보니 벌써 50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동안 뭘 하며 살았나' 후회하며 남은 생이라도 더 열심히 살아야지라며 의욕을 불태운다. 열심히 살아왔음에도 부족하다 느끼는 것은 시간의 흐름이 빨라졌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마 50대의 시간은 여태까지 흘렀던 것보다 훨씬 빠르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잡고 싶다. 하루를 후회 없이 보내고 싶지만 밤이 되면 아쉬워진다. 50의 경계는 남은 시간이 지나온 시간보다 많지 않다. 그렇기에 더 소중하다. 시간의 흐름은 듣는다고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직접 겪어보면 알게 된다. 단, 그 시간을 얼마나 가치 있게 보낼지는 내 선택에 달려있다.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얼마든지 지출할 의향이 있다. 그만큼 시간은 돌릴 수 없는 것이기에 지금을 소중히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