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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Sep 12. 2024

88. 우리는 지는 법을 모른다.

가위바위보 게임을 한다. 두 가지 규칙이 있다. 첫 번째, A와 B가 한 조가 되어 A가 먼저 낸 후 B는 A의 것을 보고 이기면 된다. 아주 쉬워서 누구나 쉽게 이겨버린다. 두 번째, 마찬가지로 A가 먼저 낸다. 이번에 B는 A의 것을 보고 져야 한다. 이것도 그리 어렵진 않다. 하지만,  뒤늦게 내는데도 지는 것이 쉽지는 않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 우리는 계속 누군가를 이기는 것만 배워왔기 때문이다. 지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몸이 이기는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비교당했고 누군가를 이겨야 한다고 배워왔기 때문에 지는 법을 잘 모른다.


아이가 시험에서 백점을 받아왔다. 여러분은 뭐라고 말하겠는가? 대부분 "잘했어, 수고했어, 고생했어" 이렇게 말할 거라고 답하겠지만,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많은 부모들이 "너희 반에 백점이 몇 명이냐?", "옆집 종민이는 몇 점 받았느냐?", "다음에도 백 점 받을 수 있지?"라고 말한다.


분명 그 아이의 노력을 칭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와 비교하기 바쁘다. 우리는 그렇게 자랐기 때문이다. 늘 비교당했고 누군가를 이겨야 했다. 지는 사람은 패배자 낙인이 찍혀 어른이 될 때까지 따라다녔다. 그것을 알기에 우리 아이에게도 승리자가 되길 바라는 것이다.


정말 이기는 것만이 답일까? 요즘은 오히려 현명하게 져주는 것이 더 이익이 될 때가 많다. 누군가를 쓸데없이 이기려 들다가는 오히려 사람을 잃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우린 그런 것을 배우지 못했다. 학교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우린 현명하게 지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모른다면 배워야 한다. 세상이 바뀌는 만큼 사람도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교하려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는 것이 나를 위한 길이라는 것은 이제 웬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그러니 과거를 답습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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