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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Sep 14. 2024

90. 명절, 그냥 긴 연휴

명절인데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는 이유가 뭘까? 모두에게 같은 명절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다. 누군가는 놀러 가는 날이라 들뜨고 또 어떤 이들은 멀리 있는 가족을 만날 수 있어서 설렌다.


하지만, 외로운 이들도 많다. "명절 그까짓 게 뭔데"라며 홀로 밤새 술을 들이켜는 이들. 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나이까지 결혼, 취직을 못해 가족 앞에 나서지 못하는 이들. 자녀들이 찾지 않지만 '그래도 괜찮다며' 오히려 자녀들을 걱정하며 홀로 지내는 노인들.


누군가에겐 즐거운 명절이 또 누군가에겐 외롭고 괴로운 날이 되고 있다. 이들에겐 단지 긴 연휴일뿐이다. 첫 연휴 들어서는 야간 근무를 서며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실감했다. 현장에 출동해서 본 이들의 얼굴에선 명절의 즐거운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의 외로움은 누구 탓일까? 본인? 가족? 사회? 대부분 본인 탓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어쩌면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고 나도 도움 받지 않으면 돼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즐기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가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점점 사회는 각박해지고 있는 자와 없는 자는 더욱 격차가 벌어진다. 없는 자를 바라보는 사회는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려 그들은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 생각한다. 추석연휴가 되니 이런 것들이 더욱 눈에 들어오고 앞으로 갈수록 명절의 개념은 연휴의 개념으로 바뀌어 갈 듯하다. 정이 오가고 여기저기서 전 굽던 냄새가 가득한 정겨운 명절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행복한 한가위 보내세요'란 말이 오늘은 왜 이리 씁쓸하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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