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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Sep 15. 2024

91. 절대반지와 조직원의 분노

10만 명이 가입할 수 있는 노조와 비슷한 단체가 생겼다. 처음 이 단체가 생겼을 때 '드디어 불합리한 것을 뜯어고칠 수 있다'는 희망에 모두가 설레었다. 전국에 합의체가 생겨 이 단체를 운영할 수 있는 규칙을 제정했다. 그리고 이 단체를 이끌어갈 장을 선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잔혹했다. 10만을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의 유혹은 거대했다. '반지의 제왕' 속 절대반지처럼 단체의 장이라는 완장을 찬 그는 권력의 맛에 취했다. 자신에게 충언을 하는 이들을 하나둘씩 조직에서 내보냈다. 그의 곁엔 용비어천가를 일삼는 이들만 남았고 이들은 그의 눈과 귀를 더 멀게 했다.


10만이 처음부터 뭉칠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4만으로 시작한 이 단체는 그 수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했지만, 권력의 달콤함은 4만으로 충분하다 여겼다. 하지만, 조직의 장에게 실망한 이들이 하나둘씩 이탈하더니 결국 조직은 반으로 쪼개졌다. 2만이 남았지만 그들은 오히려 정예만 남은 것이라고 조직원들을 위로했다.


그들을 규탄하는 여론이 눈에 보임에도 그들은 무시했다. 여전히 자신들이 정예라고 생각하며 자신들을 따르지 않는 8만을 무지한 이들이라 매도했다. 2년이 지나 그의 임기가 끝나간다. 새로운 장을 선출하는 시기가 다가왔고 남은 8만이 분노하며 이를 갈고 있다. 2만을 이끄는 이들은 다시 자신들이 정권을 차지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조직원들의 마음은 싸늘히 식었다.


어느 조직의 수장이건 간에 자신의 곁에 누구를 두는가는 정말 중요하다. 세종대왕은 자신의 곁에 사사건건 반대하는 이를 두었다. 그들과 대화하는 것을 즐겼으며 그들을 설득시키거나 자신이 설득되었다. 그렇게 국정이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을 방지했다. 그리고 늘 백성을 위해 고민했다. 그는 백성이 나라의 근간이라는 것을 안 위대한 임금이다.


조직의 장도 마찬가지다. 완장은 조직원 위에 서라고 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달해 주는 위치일 뿐이고 단, 그가 제대로 역할을 다했을 때라서야 비로소 그는 그 보답을 받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정권이 바뀌는 이유를 보면 알 것이다. 조용히 움츠리고 있는 조직원들의 분노는 생각보다 무섭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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