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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출근길 잠시 발길을 멈추고

by 오박사

늘 앞만 보고 가다가 문득 뒤를 돌아다봤다. 구름 사이로 비친 붉은 아침노을이 발길을 멈췄다. 저녁노을은 많이 봤어도 아침노을은 처음이다. '이걸 왜 이제 봤을까?, 그동안 뭐가 그리 바빴을까?'


이왕 발길을 멈춘 김에 주변을 살폈다. 사람들의 걸음이 모두 빠르다. 월요일 출근길이라 그런지 표정도 대부분 어둡다. 버스 창에 머리를 기댄 사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지금 가장 활발한 것은 사람이 아닌 새들이다. 활발한 날갯짓을 하며 서로를 좇는다. 뭐가 그리 신나는지 저들끼리 짹짹거리며 왔다 갔다 한다.


나무는 어제 있던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다. 가을을 맞이하듯 잎의 일부가 노랗지만 아직 여름을 놓기 싫은지 아직은 푸릇하다. 가게 문을 열고 아침을 준비하는 상인들은 바쁘다. 문을 열고 불을 켜고 창을 닦고 가게 앞을 정리한다.


주위를 둘러본 지 얼마나 됐다고 노을은 사라지고 해가 벌써 고개를 들이민다. 녀석도 나처럼 성격이 급한가 보다. 얼른 갈길 가라고 재촉하는 듯하다. 이 풍경을 담으려 잠시 앉아 글을 쓰다 녀석의 재촉에 못 이겨 나도 이만 갈 길을 가야겠다.


잠시 멈추고 돌아보았을 뿐인데 참 많은 것이 보인다. 가끔 이런 여유도 괜찮은 것 같다. 나도 다시 이 세상의 부속품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잠시였지만 늘 보던 세상이 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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