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 스크린 속 지옥이 우리에게 남긴 희망

by 오종민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는 저마다의 상상력으로 다양한 형태의 '지옥'을 그려냅니다. 영화 <신과 함께>가 묘사한 지옥은 끝없이 반복되는 영원한 고통입니다. 뼈가 부러지고 살이 뜯기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죽지 못한 채 새살이 돋고, 다시 처음의 고통으로 되돌아갑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잔혹한 굴레가 우리의 현실과 묘하게 닮아 있다는 것입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고단한 일상,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막막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종종 "지금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탄식하곤 합니다.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가 보여주는 지옥의 풍경도 결은 비슷하지만 또 다른 의미를 던집니다. 이곳에서는 자신이 타인에게 가한 고통을 고스란히 돌려받습니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죽음을 갈구해도 결코 죽을 수 없습니다. "지옥으로 떨어져"라는 서늘한 선고와 함께 주어지는 이 형벌은 인과응보라는 지옥의 고전적인 이미지를 대변합니다.


반면,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2>가 비추는 지옥은 다소 충격적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오히려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인간 세상'이 진짜 지옥처럼 묘사됩니다. 초자연적인 지옥의 사자조차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 드는 인간의 탐욕은 그 어떤 악마보다도 추악합니다. 타락할 대로 타락한 사람들을 보며, 차라리 지옥의 사자가 이들을 구원하고 해방시키러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서글픈 착각마저 들게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끊임없이 지옥을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지옥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우리에게 오직 절망만을 안겨주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 잔혹한 풍경 너머에는 반드시 한 줄기 '희망의 빛'이 숨어 있습니다. 끔찍한 욕망 속에서도 결코 스러지지 않는 선함, 우리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그 따뜻한 본성을 일깨우기 위함입니다. 세상이 멸망하지 않고 유지되는 이유, 우리가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 이유도 바로 그 선함 덕분입니다.


즉, 미디어가 지옥을 그리는 진짜 목적은 인간의 악함과 탐욕을 경계하고, 험난한 세상을 바르게 살아갈 힘이 언제나 우리 안에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느냐, 아니면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느냐는 온전히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참혹한 전쟁의 포화 속에서 매일 지옥 같은 하루를 견디는 사람들의 얼굴에서도 우리는 이따금 해맑은 미소를 발견하곤 합니다. 누군가가 건네는 따뜻한 관심과 연대가 그들에게는 캄캄한 지옥을 밝히는 희망의 빛이 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지옥의 늪에 빠지는 것도, 그곳에서 당당히 걸어 나오는 것도 모두 나의 선택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언제나 내 손을 잡아줄 희망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