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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박사 Oct 31. 2024

137. 미신에 의지 아닌 동행으로

'시험 치는 날 머리를 감으면 안 된다. 미역국을 먹으면 안 된다. 빨간색으로 이름을 쓰면 죽는다. 숫자 4는 죽음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에는 이와 같은 미신이 많다. 과학적으로 전혀 증명되진 않았지만 어릴 때부터 들어와서 왠지 그럴 것만 같아서 꺼림칙하다. 우리는 왜 미신을 믿게 된 걸까? 그리고 이러한 미신은 얼마나 들어맞을까? 미신은 통제할 수 없는 미래의 불안함을 잠재우기 위해 또는 우리의 잘못을 미신으로 돌리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들어맞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미신은 오히려 우리의 행동과 의사결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국민학교 수학여행 때 자는 내 얼굴에 친구들이 매직으로 낙서를 했다. 자는 얼굴에 낙서하면 영혼이 빠져나가서 자신의 얼굴인지 못 알아보고 못 돌아온다는 미신이 있다. 나는 일어나서 거울을 보고 너무 무서워서 펑펑 울었다. 멀쩡히 일어났는데도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미신은 이처럼 사람들을 현혹하고 나쁜 방향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미신을 빙자해 돈을 갈취할 수도 있고, 자신이 충분히 능력이 됨에도 찝찝함에 시험에 떨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나쁜 운을 피해 간다고 믿는 것은 좋지만, 너무 의지하게 되면 오히려 해야 할 것을 미루거나 못하게 된다. 미신에 자신의 앞날을 맡기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자신은 00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져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도 있다. 미신은 말 그대로 미신일 뿐이다. 내 앞날은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것이 잘못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내가 행한 것의 결과일 뿐이다. 꺼림칙한 것을 피해 가는 것은 사람의 감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쳐도 내 앞에 놓인 결정을 미신에 맡겨선 안된다. 이왕 이용할 거면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야' 정도로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고 대신 그만큼의 노력으로 그 운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미신과의 적절한 동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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