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치는 날 미역국을 먹으면 안 된다. 빨간색으로 이름을 쓰면 죽는다. 숫자 4는 불길하다.' 우리 주변에는 참 많은 미신이 존재합니다.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음을 알면서도, 어릴 적부터 무의식중에 스며든 이 말들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우리의 마음을 꺼림칙하게 만듭니다. 도대체 우리는 왜 이런 미신에 기대게 되는 걸까요?
심리학적으로 미신은 통제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거나, 실패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방어 수단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당연하게도, 이 미신들이 실제로 들어맞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문제는 미신이 우리의 행동과 의사결정을 눈에 띄게 제약한다는 점입니다.
국민학교 수학여행 때의 일입니다. 제가 잠든 사이 친구들이 제 얼굴에 매직으로 심한 장난을 쳤습니다. 당시 아이들 사이에는 '자는 얼굴에 낙서를 하면, 빠져나갔던 영혼이 자기 얼굴을 알아보지 못해 돌아오지 못한다'는 무서운 괴담이 있었습니다. 잠에서 깨어 거울을 본 저는 두려움에 휩싸여 펑펑 울고 말았습니다. 두 눈을 뜨고 멀쩡하게 거울을 보고 있으면서도, 미신이 주는 공포에 압도되어 내가 무사히 깨어났다는 현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렇듯 미신은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때로는 누군가의 불안을 이용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충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쓸데없는 징크스에 얽매여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물론 불길한 것을 피하고 싶은 마음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입니다. 하지만 미신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정작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미루거나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족쇄가 됩니다. "나는 운이 나빠서, 혹은 저 불길한 징조 때문에 안 될 거야"라는 착각에 빠져 자신의 앞날을 미신에 떠넘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내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미신이 아니라, 지금 내가 내딛는 걸음과 행동입니다. 결과가 잘못된다 하더라도 그 또한 내 선택의 결과일 뿐입니다.
이왕 믿음의 힘을 빌릴 것이라면, 가장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나는 운이 참 좋은 사람이야"라는 기분 좋은 자기 암시를 걸고, 그 운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땀 흘려 노력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불안한 미래를 주도적으로 개척하며 미신과 가장 지혜롭게 동행하는 방법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