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 타인의 흠집만 찾는 자들이 갇힌 투명한 감옥

by 오종민

왕복 2차선 도로에서 짐을 실은 트럭 한 대가 차로를 가득 채운 채 느릿느릿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제 차 뒤를 따르던 버스 한 대가 중앙선을 과감히 넘으며 트럭 추월을 시도했습니다. 트럭 운전자는 그 상황이 몹시 불쾌했던지, 버스가 앞으로 나서지 못하도록 차체를 틀어 진로를 가로막았습니다.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간 채 오도 가도 못하게 된 버스는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려댔고, 결국 두 차량은 도로 한가운데에 멈춰 서고 말았습니다. 트럭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자 버스 앞문이 열리며 기사도 덩달아 내렸습니다. 중앙선을 침범한 버스 기사가 먼저 사과할 줄 알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삿대질을 해가며 핏대를 세우고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사람들은 왜 자신의 명백한 과실은 덮어둔 채, 상대방이 내 기분을 상하게 한 것만 물고 늘어지는 걸까요? 수많은 승객의 생명을 담보로 위험천만한 곡예운전을 한 버스 기사조차 자신의 잘못은 안중에 없었습니다. 현장에서 흔히 마주하듯, 음주 단속에 걸린 사람이 자신의 범법 행위는 까맣게 잊은 채 오히려 단속하는 경찰관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는 적반하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성찰하기보다 당장 내가 겪는 불이익이나 손해를 훨씬 더 참기 힘들어하는 듯합니다. 스스로의 과오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방어 심리가 작동하여, 타인의 흠집을 부풀림으로써 자신의 잘못을 교묘히 감추려 드는 것입니다.


이러한 태도가 습관으로 굳어지면, 세상 모든 일에서 타인의 허물만 크게 보일 뿐 자신은 늘 당당하고 깨끗한 사람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마음속에 '이 정도쯤이야'라는 면죄부가 견고하게 자리 잡는 것이죠. 재미있는 사실은, 자신이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이 정도쯤'의 잘못을 타인이 범했을 때는 마치 정의의 사도라도 된 양 매섭게 상대를 몰아붙인다는 점입니다. 타인을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의 알량한 떳떳함을 증명하려는 시도입니다. 이들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반성하기보다는 누군가의 흠집을 들춰내 책임을 전가하기 바쁩니다. 그런 얄팍한 허영과 자기합리화가 결국 스스로를 몰락의 길로 이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말입니다.


타인의 흠집을 찾는 데 혈안이 된 사람일수록, 사실은 그 내면에 감추고 싶은 흠결이 더 많은 법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을 일종의 '패배'로 여기는 크나큰 착각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릇된 아집이라는 투명한 막에 갇혀, 한 치 앞의 세상도 제대로 내다보지 못한 채 성장을 멈춰버린 것입니다. 우리가 어제보다 단 한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려면, 뼈아프더라도 자신의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내면을 정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우물 안에서 스스로를 왕으로 떠받들며, 남의 흠집이나 찾아내고는 홀로 흐뭇해하는 어리석은 바보로 남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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