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조직이 존재하면, 그 권력에 대응하기 위한 또 다른 단체가 생겨난다. 국가는 물론이고 기업이나 공공기관 역시 마찬가지다. 구성원들은 권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단체를 만든다. 그 출발은 늘 정당하고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단체가 만들어지고 수장과 임원이 선출되는 순간, 또 다른 권력이 형성된다. 큰 조직 안에 생긴 작은 조직일 뿐이지만, 그 안에도 분명한 권력 구조가 자리 잡는다.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단체의 수장이 되면 원 조직의 수장과 독대할 기회가 생긴다. 이전에는 멀리서 바라보던 자리다. 그들과 한 공간에 앉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신이 같은 위치에 올라섰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조직원들은 ‘회장님’, ‘위원장님’이라는 호칭을 붙여 부른다. 그 호칭이 주는 달콤함은 생각보다 강하다.
한 번 맛본 권력은 더 큰 권력을 꿈꾸게 한다. 어느 순간, 조직원의 권익 향상보다 자신의 자리와 영향력을 유지하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대표의 목적이 ‘대변’이 아닌 ‘지속’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원 조직의 수장 역시 이 구조를 안다. 적절한 타협과 일정한 권한을 보장해 주며 그를 관리한다. 그렇게 서로의 권력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겉으로는 변화가 있는 듯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많지 않다. 구조는 그대로이고, 이해관계만 정교해질 뿐이다.
모든 조직이 그런 것은 아니다. 진정으로 건강한 조직은 개인의 안위보다 구성원의 삶을 먼저 고민한다. 대표는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구성원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구성원은 조직을 신뢰하며 최선을 다한다. 그럴 때 조직은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사실 원리는 단순하다. 목적을 잊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사람의 욕심이 그 단순함을 복잡하게 만든다. 더 많은 영향력, 더 긴 임기, 더 큰 자리. 욕심은 또 다른 욕심을 부르고, 결국 조직의 본래 취지를 흐리게 한다.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의 이익을 택하는 순간, 균열은 시작된다.
조직원들이 누군가를 대표의 자리에 올려놓는 이유는 단 하나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달라는 것이다. 그 자리를 개인의 목소리를 키우는 도구로 삼으라는 뜻이 아니다. 그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때, 권력의 달콤함보다 더 깊고 오래 남는 보상을 얻게 될 것이다. 그것은 직위가 아니라 신뢰이며, 지위가 아니라 존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