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 "이 일은 AI가 못해요"라는 착각

by 오박사

어느 미용사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일은 AI가 절대 대체할 수 없어요.”


과연 그럴까. 가상의 AI 미용실을 한 번 상상해 보자. 머리 손질이 필요해 미용실에 들어서면, 입구에서 AI가 반갑게 인사하며 자리를 안내한다. 의자에 앉자 파마 기계처럼 생긴 장치가 머리 위를 감싸고, 두상과 두피 상태를 정밀하게 스캔한다. 잠시 후 화면에는 내 두상과 두피 분석 결과가 나타나고, 그에 가장 적합한 여러 가지 헤어스타일이 추천된다.


마음에 드는 스타일 몇 가지를 고르면 VR 기술을 통해 실제로 그 스타일을 한 내 모습이 구현된다. 거울 속에서 미리 확인한 뒤, 가장 만족스러운 하나를 선택한다. 그러자 자동화된 기계가 오차 없이 머리를 다듬기 시작한다.


염색이나 파마를 원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AI는 두피 상태를 분석해 최적의 제품을 자동으로 선택하고 적용한다. 모든 과정이 끝나면 기계가 머리를 감겨주고, 두피 마사지까지 부드럽게 마무리한다. 사람의 손길 없이도 완벽에 가까운 결과가 나온다.


이미 패션 업계에서는 ‘가상 피팅룸’ 기술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옷을 직접 입어보지 않아도,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신의 체형에 맞는 옷을 고르고 구매한다. 미용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닐 것이다. 기술이 더 발전하면 미용실 또한 시뮬레이션 기반의 자동화 서비스로 전환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을 외면하고 필름카메라만을 고집하던 한 유명 카메라 회사가 몰락했던 것처럼, “내 일은 절대 대체되지 않는다”는 믿음은 때로 가장 위험한 착각이 된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많은 일들이 AI로 대체되겠지만, 인간은 결국 사람의 온기를 원한다. 아무리 정교한 기술이라도 감정의 미묘한 결, 말 한마디에 담긴 공감, 눈빛에서 느껴지는 신뢰까지 완벽히 흉내 낼 수는 없다. 그래서 다시 사람을 찾는 이들도 분명 생겨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틈을 어떻게 준비하느냐다. 기술이 아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지, 우리는 지금 무엇을 갈고닦아야 하는지 묻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이 바로, 그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간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