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직에는 정말 똑똑하고 창의적으로,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사람들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좌천되거나 자신의 전문성과 전혀 상관없는 부서로 발령되어 의지가 꺾이는 모습을 보며, 나는 종종 ‘이 조직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했다.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고 활용할 줄 모르는 조직은 언젠가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믿었다. 그런데 최근 한 권의 책을 읽으며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다. 어쩌면 조직은 그들을 몰랐던 것이 아니라, 알고도 필요로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조직이 원하는 것은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하지만 말 잘 듣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완벽한 사업 모델이란 가장 낮은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뛰어난 개인이 없어도 돌아가는 구조가 진짜 완성된 시스템이라는 뜻이다.
회사에는 몇 명의 탁월한 인재보다,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더 필요하다. 그리고 그들이 일정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만 갖추면 조직은 문제없이 굴러간다. 결국 조직은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그 시스템을 설계하고 통제하는 상위 몇 퍼센트와 이를 충실히 따르는 다수의 구성원만 있으면 유지된다.
그 사실을 깨닫고 보니, 나는 그저 시스템의 부품으로 사용되고 있었을 뿐이었다. 매년 조금씩 오르는 월급에 안도하며, 스스로를 잘 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대부분의 조직 운영 시스템은 200년이 넘은 산업화 시대의 산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사람이 시스템의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 변화에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시스템이 무너지면, 우리는 보호받지 못한 채 함께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지금부터라도 ‘시키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것만이 시스템이 붕괴된 이후의 세상에서도,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