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너는 보수냐, 진보냐?”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는 그 둘의 정확한 중간쯤에 서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정치적 입장을 떠나 개인의 성향이 그렇다. 예의와 전통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변화와 개혁 역시 필요하다고 믿는다. 상황에 따라 보수가 될 수도 있고, 진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세상을 보면 사람들은 보수와 진보를 마치 반드시 싸워야 할 적처럼 여기는 듯하다.
사실 완전히 보수적인 사람도, 완전히 진보적인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다만 상대가 싫어지는 순간, 스스로를 ‘극보수’ 혹은 ‘극진보’라고 규정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그렇게 해야 자신의 입장이 정당해지고, 상대를 악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보수와 진보는 가치와 논리로 토론해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대를 비난하는 방식으로 옳고 그름을 가르려 한다.
보수든 진보든, 그것은 개인의 성향이니 문제 될 것이 없다. 다만 분명한 원칙은 하나다. 누구든 법 앞에서는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죄를 지었다면 처벌받아야 하고, 죄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사람들 뒤에 숨지 말고 당당하게 법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이는 어느 한쪽을 겨냥한 말이 아니다.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기준이다.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그렇기에 그 어떤 권력도 법 위에, 국민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위한다면, 책임 앞에서 떳떳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현실은 참담하다. 나라는 힘들고 국민은 고통받고 있는데, 정치권은 서로를 헐뜯으며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 싸움의 끝에서 늘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정의를 외치며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다. 지금 국민은 점점 궁지로 몰리고 있다. 서로 싸우는 이들 모두 이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분노한 국민은 결코 가볍지 않다. 담을 밥이 없는데 밥그릇만 챙기는 일이 얼마나 허망한지도, 언젠가는 깨닫게 될 것이다.
이제는 보수냐 진보냐를 외치며 싸울 때가 아니다. 법 앞에 모두가 떳떳해지고, 국가의 안정과 국민의 삶을 우선에 두어야 할 때다. 그것이 진짜 책임이고, 진짜 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