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 익숙함이 우리를 약하게 만들때

by 오박사

세상에는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한 것들이 많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들이 사라질 가능성에 대해 거의 준비하지 않는다. 가까운 사람이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하면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큰 충격에 빠진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면서, 동시에 사라질 때 가장 큰 충격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스마트폰일 것이다. 스마트폰이라는 기계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가 원활히 흐르지 않거나, 사이버 공격이나 재난으로 통신이 끊긴다면 어떨까. 우리는 그 충격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을까.


지금 당장 하루만 스마트폰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아침에 눈을 뜨면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집어 든다. 날씨, 해외 증시, 스포츠 소식, 사건 사고를 확인하려 하지만 아무것도 뜨지 않는다. 이 정도는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침 인사를 건네야 하는데 연락이 닿지 않는다.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지, 괜한 걱정이 밀려온다. 당장 찾아가고 싶지만 거리가 멀 수도 있고, 집에 없을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이 출근길에 오른다. 그런데 스마트폰에 저장된 카드가 작동하지 않는다. 현금도 없다.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방법조차 없다. 결국 집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지각을 알리고 싶지만, 유선전화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연락할 수단이 없다.


오전과 오후 내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연인, 가족, 친구와 연결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불안은 커진다. 오늘 매도해야 할 주식이 있지만 회사 컴퓨터로는 접근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른다. 자녀가 있다면, 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무사히 집에 들어왔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 마음이 더 조급해진다. 결국 반차를 내고 집으로 향한다.


평소에는 몰랐지만 출퇴근길 대중교통은 유난히 길고 지루하다. 회사가 이렇게 멀었나 싶을 정도다. 아직 하루의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반나절은 불안과 초조함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과연 이런 상황을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까.


인간의 생존력은 강하니 살아가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 속에서 성장한 세대에게 이 공백은 생각보다 훨씬 큰 혼란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을까. 오히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대비가 필요하다. 익숙함과 당연함은 늘 우리를 방심하게 만든다.


가끔은 의도적으로 스마트폰 없이 하루를 살아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내가 하루에 얼마나 이 기계에 의존하고 있는지 점검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버틸 수 있어야, 다시 누릴 수 있다. 익숙함은 언제나 준비된 사람에게만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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